북·중·러 동시에 억제… 주한미군 새역할 구상

입력 2025-11-17 18:54 수정 2025-11-17 23:52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7일 주한미군사령부 홈페이지에 올린 ‘뒤집힌 지도(East-Up Map)’ 사진. 연합뉴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7일 “한반도 배치 전력은 중국과 러시아 양쪽에 (군사적)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며 “한반도 워게임을 현실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이 북한을 넘어 중국·러시아까지 겨냥하는 전략적 구상을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유사시 시나리오에 반영할 계획임을 시사한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17일 주한미군 홈페이지에 올린 ‘뒤집힌 지도(East-Up Map)’ 글에서 “동쪽을 위로 향하게 보면 전략적 그림이 극적으로 달라진다”며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그는 “뒤집힌 지도는 단순한 이론적 이해를 넘어 실질적 전략 계획 수립에 도움을 준다”며 “안보 환경은 계속 진화하고, 분석 틀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전통적 접근을 고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한·미 안보 협상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주한미군 역할 확대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주목된다. 뒤집힌 지도는 중·러까지 포괄하는 주한미군의 다축 억제 구상을 지도 형태로 시각화한 개념이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한정된 국지적 방어 부대가 아닌 북·중·러 3방 억제를 동시에 수행할 핵심 전력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뒤집힌 지도 구상이)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사령부가 실제로 수행하는 작전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국방부 기자단 서면 질의에 “훈련 계획과 연습, 워게임을 현실에 맞게 설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론적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한·미 연합훈련과 유사시 전쟁 시나리오 등 실질적 작전계획에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또 주한미군이 미국의 중·러 견제를 위한 전진기지 성격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한반도 전력은 취약한 전방 배치 전력이 아니다”며 “즉각적으로 적에게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해에는 러시아 함대가, 서해에는 중국 북부함대가 진출하지 못하도록 적의 해군 움직임을 제한하는 전략적 잠재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이징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략적 가치는 더욱 명확해진다”며 “베이징에서 보면 오산 공군기지 내 미군 전력은 먼 위협이 아니라 중국 주변에서 즉시 효과를 낼 수 있는 근접 전력”이라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뒤집힌 지도 글에서 북한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군 당국의 전략적 초점이 한반도 방어를 넘어 중·러 억제 중심으로 확장됐음을 시사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