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의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는 평균 1.86명이다. 반면 비수도권은 0.46명에 불과해 격차가 4배나 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는 임계점을 넘었다. 지방 의료 공백 심화 등 필수의료 위기의 징후들은 이제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지역의사제’다. 지역의사제 도입은 이재명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지역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한 데 이어 17일에는 입법 공청회를 열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걸림돌은 의료계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이라며 지역의사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의 이런 주장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고도의 공공재적 성격을 띤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생명을 위협받는 국민의 생명권보다 절대적으로 우선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민주당 김윤 의원실이 지난달 실시한 대국민 설문에선 77%가 지역의사제 도입에 찬성했다. 의협은 이런 여론을 깊이 새겨야 한다.
일본은 이미 2007년 지역의사제를 도입했다. 현재 일본 전체 80개 의과대학 중 71개 대학이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 결과 의사의 지역 정착률은 무려 95.3%에 달한다. 정부가 지역의사제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지역의사제가 ‘강제 노동’이 아닌 ‘합리적 선택’이 되도록 파격적인 지원과 미래 비전도 내놓아야 한다. 의료계 역시 반대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국가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