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목자 곁에 계십니까

입력 2025-11-18 03:02

성경엔 인간을 비유하는 동물로 양이 자주 언급됩니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은 불쌍한 백성들을 보시면서 목자 없는 양 같다고 말씀합니다. 또 이사야서는 우리의 연약함을 양에 빗댑니다.(사 53:6) 오늘 본문도 어린 시절 목동이던 다윗이 양을 치며 깨달은 바를 통해 주님과 우리의 관계를 묘사합니다.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란 표현이 들어간 본문 말씀은 힘차고 강렬합니다. 양은 연약합니다. 맹수도 아니고 독립적이지도 못한데, 본문은 자신 있게 부족함이 없다고 선언하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여기엔 한 가지 조건이 달렸습니다. 양처럼 연약하기 그지없는 존재라도 온전해지려면 ‘여호와가 나의 목자가 되신다’는 조건만큼은 꼭 충족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출발점은 연약함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평소 연약함을 외면하다 고난을 만나고 나서야 이를 인정하곤 합니다. 고난이 귀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고난 가운데 자신의 연약함을 발견하면 하늘의 은혜를 간절히 소망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목자인 주님에게 연결돼 그분의 인도하심이란 놀라운 은혜를 누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지간해선 연약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허나 연약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놀라운 은혜의 삶은 출발선을 넘지 못합니다.

양은 태생적으로 시력이 나쁩니다. 멀리 있는 물체를 보지 못하는 근시입니다. 우리 역시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급급합니다. 다가오는 위험이나 영적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입니다.

성경에도 홀로 길을 잃고 위기에 빠진 어린양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눈에 보이는 맛난 풀을 정신 놓고 뜯다가 무리에서 벗어난 경우입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한 양은 허둥대다가 무리로부터 더 멀어집니다. 99마리를 두고서라도 이 한 마리를 찾아오는 목자의 돌봄이 없다면 양은 이내 늑대의 먹잇감이 되고 말 것입니다.

양은 다리도 허약해 잘 달리지 못합니다. 발목이 얇고 약하기 때문입니다. 순간적으로 도망칠 수 있겠지만 질주하거나 물살을 거스르기까지는 어렵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걷거나 살짝이라도 발을 헛디뎠다가는 발목이 부러지거나 삐기 십상입니다. 이렇게 약한 다리로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초대교회 예배처소인 지하동굴 카타콤에 가보면 목자와 양을 그린 조각과 부조가 참 많습니다. 박해를 피해 이곳에 들어간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밤이면 동굴 내 석관 사이에 들어가 예배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돌에 조각하며 오늘 하루 자신의 신앙을 되새겼습니다. ‘양과 같은 연약한 내가 오늘도 잡히지 않고 은혜로 살았구나’ 하고 말이지요. 이런 신앙고백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영적 현실을 투영한 양과 목자를 그렸습니다. 이 가운데 목 뒤로 양을 얹고 있는 목자의 형상이 가장 많이 발견됩니다. 다리를 다쳐 걸을 수 없거나, 너무 어리고 약해 거친 길을 지날 수 없을 양을 목자가 업고 데려가는 모습입니다.

우리에겐 목자가 있습니다. 눈은 근시고 다리는 쉽게 부러지는 약골이어도 여호와 하나님이 우리의 목자가 되시니 우리에겐 앞으로도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한 찬양의 가사처럼 쓰러진 나를 세우는 주님은 연약한 나를 강하게 하는 분입니다. 약한 나를 온전케 하는 주님, 그분은 부족한 나를 채우십니다.

이기둥 목사
(중심교회 The Hub)

◇중심교회 더 허브(The Hub)는 키즈워십과 다음세대 선교에 나서고 함께 자녀를 키우며 성장하는 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