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식, 장기투자 안착시키려면

입력 2025-11-18 00:34

주식을 단기투자하면 수익률이 채권보다 낮을 수 있고, 손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투자하면 채권보다 의미 있게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주가를 흔드는 거시경제 변수보다 기업의 성장이 더 두드러지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의 주식 장기투자 유도는 바람직하다.

정부는 증시 참여인구 확대를 위해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를 포함해 다양한 세제혜택을 고려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장기투자 시 비과세 한도를 늘려주거나 세율을 추가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시세차익은 이미 비과세다. 반면 펀드에서 받는 소득은 배당으로 간주돼 세금이 부과된다. 정부가 진정 투자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면 세율을 낮춰 ISA와 같은 펀드로 자금을 유도하기보다 투자자 스스로가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비과세 혜택을 받도록 하면 된다. 즉 핀테크 기업의 로보어드바이저를 육성해 개인 맞춤형 투자안을 저렴한 수수료에 공급하라는 것이다.

과연 장기적으로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국내에 얼마나 될까. 2024년 코스피 기업의 이익 가운데 반도체, 자동차, 금융 산업이 90%를 차지했다.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등 기간산업이 중국에 밟혔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도 미국의 중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크게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가장 큰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중국 정부가 기술 상납을 받아 성장시킨 산업들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개월간 코스피 수익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상법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를 개선시켰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착각이다.

코스피를 끌어올렸던 주체는 반도체다. 지난 6개월간 하이닉스 주가는 179%, 삼성전자는 70% 상승했다. 그런데 미국의 마이크론도 159% 올랐다. 즉 인공지능(AI)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고, 메모리반도체 산업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든 것처럼 보였을 뿐, 그것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국내 주식 장기투자를 위한 급선무는 중국을 압도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신성장 기업 육성이다. 그러려면 수많은 어린 기업이 쉽게 탄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가운데 성공적인 기업이 장기투자할 수 있는 한국 대표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AI는 거북이가 토끼를 따라잡을 수 있게 해 준다. 지능이 좀 부족해도 AI의 도움을 받아 쉽게 학습하면, 그 노력이 천재를 이길 수 있다. 과거의 경제는 소수의 천재가 만든 기술을 규제 안에서 응용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누구라도 AI의 도움을 받아 이웃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업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런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거래소를 비롯한 제도권이 ‘허가’라는 이름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이제 그 판단을 개인투자자에게 맡기고, 대신 그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 정권은 엔비디아로부터 26만장의 가속기(GPU)를 확보해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려 한다. 이는 매우 환영할 만하다. 우리가 자동차 부품을 몰라도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AI도 쉬워진다. AI 인프라 덕분에 누구라도 매력적인 사업모델을 제시해 부자가 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장기투자하고 싶은 신성장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세율 인하를 비롯한 인센티브에 골몰하지 말고, 역량 있는 신생기업을 양산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이 옳다.

김학주 한동대 AI융합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