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널뛰는 수능 난이도 왜?… N수생 규모·수준 가늠 어려워

입력 2025-11-17 02:01
수험생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2026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시험을 볼 준비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지난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예상보다 어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국어’ ‘불영어’란 말이 나올 만큼 까다로웠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수능 난이도가 출렁이면 사교육에는 호재가 된다. 이처럼 ‘널뛰기 난이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수험생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현행 입시 제도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6일 입시 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능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원점수 만점)은 140점대 중·후반으로 예상된다. 종로학원은 147점, 대성학원은 149점으로 분석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진다.

국어는 매년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2022학년도 수능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49점으로 어려웠지만 이듬해 134점으로 낙폭이 무려 15점이었다. 2024학년도에 150점으로 역대 최고점을 찍더니 지난해 139점으로 뚝 떨어졌다.

영어는 절대평가로 등급만 산출하므로 1등급 비율이 난이도 척도다. 2024학년도는 4.7%로 너무 어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듬해 6.2%로 비판을 면했지만, 지난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각각 19.1%와 4.5%로 극단을 오가며 충격을 줬다. 올해 수능은 4%대라는 예상이 많고, 종로학원의 경우 3.8%로 역대 가장 어렵다고 봤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불수능’ 혹은 ‘킬러문항’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학생 수준을 잘 아는 교사의 출제 참여를 늘리고 문항 검토 시스템을 강화했다. 하지만 올해 또다시 난이도 조절 실패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문제는 출제 당국의 무능을 탓한다고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능 난이도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당해 연도 수험생이 어렵게 느끼면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응시 집단의 수준을 파악하는 게 수능 출제에서 중요하다. 고3 재학생은 6월과 9월 모의평가 등으로 어느 정도 측정 가능하다. 문제는 N수생이다. 특히 6월과 9월 모의평가에도 응시하지 않은 반수생(대학 재학 중 대입 재도전)의 수준은 알 길이 없다. 종로학원은 9월 모의평가에 나서지 않고 수능 원서를 낸 인원이 7만6000명 규모라고 분석했다.

N수생 유입 규모와 학력 수준은 외부 요인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지난해와 올해처럼 입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의대 모집인원이 1500명가량 오락가락하면 N수생 수준을 추정하기 더 어려워진다.

‘물수능’으로 입시 전반이 혼란스러워지는 것보다는 어렵게 내는 게 낫다는 ‘보신주의’가 일부 작동한다는 설명도 있다. 수능이 너무 쉬우면 한두 문항으로 등급이 갈린다. 실수 여부와 당일 몸 컨디션이 실력보다 중요해진다. 실수로 등급이 하락해 최저학력기준 충족이 어려워지면 N수생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한 입시 전문가는 “수능 난이도 조절은 입시 현장에서 ‘신의 영역’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어렵다. 하루 시험으로 당락이 좌우되는 고부담 시험에선 일정 난이도 유지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