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서 빵샀다”… 기분 좋아지려 사는 ‘필코노미’가 대세

입력 2025-11-17 02:06
CU가 최근 교보생명과 손잡고 편의점과 독서가 결합된 이색 상품인 ‘문장 한입 팝콘’에 동봉된 책갈피 굿즈. 오른쪽은 프링글스의 시그니처 캔 디자인을 모티브로 해 분위기에 따라 다섯 가지 색상으로 변하는 ‘한정판 프링글스 무드램프’. 각사 제공

최근 주목해야 할 소비 패턴으로 ‘필코노미’(Feelconomy)가 꼽히고 있다. 기분(Fee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감정과 경험이 소비를 주도하는 필코노미는 최근 몇 년 새 계속되는 현상이다. “우울해서 빵 샀다”는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있다. ‘우울하다’는 감정과 ‘빵을 사는 행위’ 간 개연성이 약해 보이지만, 기분 자체가 소비의 원인으로 작용했는데 시사점이 있다. 제품을 통해 얻는 감정과 느낌에 초점을 둔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주목해야 할 소비 패턴 중 하나로 ‘필코노미’를 꼽았다. 김 교수는 “합리적으로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역설적이지만 가장 인간적인 감정인 ‘기분’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구매에 기분이 미치는 영향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기획할 때 히트상품도 나오고 트렌드에 맞는 서비스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분은 젊은 층의 지갑을 여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예전에는 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돈을 썼다면 최근에는 기분을 풀기 위해 물건을 사고 나서야 쓸모를 찾게 된다”며 “거금을 들이는 것이 아닌 이상 일단은 취향에 맞는 ‘감성템’을 갖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필코노미가 주목받는 데는 20~30대의 세대적 특성이 자리한다. 어린 시절부터 심한 경쟁 가운데 성장한 데다 성인이 된 뒤에도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소비를 통해 심신의 안정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기분 좋게 하는 소비를 통해 위로받으려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감성 굿즈’ ‘감성 카페’ 등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따라 트렌드가 확산하는 측면도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필코노미가 굳건해지면서 2030세대가 몰입할 수 있도록 감성을 자극하는 포인트를 제품에 넣거나 서사를 녹여내는 식의 판매 전략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 일 외에 숙제가 하나 더 생겼다. 제품 판매를 넘어 이른바 ‘감성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는 게 필수 작업이 됐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이런 추세에 맞춰 감성 마케팅을 확산해나가는 모습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의 하루를 응원하는 시즌 컬렉션을 선보였다.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 모티브를 중심으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한 제품들로 구성됐다. 프링글스는 시그니처 캔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한정판 프링글스 무드램프’를 제작했고, CU는 교보생명과 협업해 독서 감성을 담은 이색 간식 ‘문장 한입 팝콘’을 출시했다. 기능을 강조하기보다 기분을 고양시키는 상품들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분에 따른 소비가 증가하면서 ‘잘 만든’ 상품보다 감성을 건드리는 일이 중요해졌다”며 “대중들이 좋아하는 감성 포인트를 찾아내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펼치는 기류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