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산에 몰린 외국인… K아웃도어가 웃는다

입력 2025-11-17 00:51

서울 주요 산 곳곳에서 외국인 등산객을 마주치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소셜미디어에서는 ‘#seoulhiking’ 등이 해시태그로 붙은 게시글과 영상이 활발히 공유된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K등산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백화점 아웃도어 매출 역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부진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아웃도어업계는 이같은 수요를 돌파구 삼아 출점을 확대하고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16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아웃도어·레저 상품군 내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외국인 방문 비중이 높은 본점에서는 지난달 미주·유럽·중동·아프리카 이용객 매출이 40% 늘었다. 인근 북악산·인왕산 등 도심 산행 코스의 인기가 매출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 3분기 외국인 아웃도어 매출도 전년 대비 58.3% 증가했다.

한국의 산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고 자연과 도심 경관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여행 코스로 꼽힌다.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북한산 등산관광센터의 올해 방문객 10명 중 7명이 외국인일 정도다. 여행 플랫폼 ‘클룩’에서도 지난해 외국인 대상 국내 하이킹·트레킹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1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브랜드는 네파·블랙야크·코오롱스포츠·K2 등 이른바 K아웃도어 4사다. 노스페이스와 스노우피크도 글로벌 브랜드지만 라이선스 계약으로 한국에서만 판매되는 제품이 있어 수요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경량패딩과 롱패딩 등 인기 아우터는 물론이고 보온을 위한 플리스 조끼, 등산스틱 등 실제 산행용 제품을 찾는 외국인 고객이 늘고 있다”며 “기능 대비 합리적인 가격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업계는 외국인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도심 핵심 상권에 매장을 늘리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다음 달 서울 중구 명동에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용산구 한남동에 새 매장을 열고 남산 전경과 한글이 프린트된 티셔츠와 텀블러 등 기념품용 제품을 선보였다. 이달엔 성동구 성수동에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 직영점을 오픈했다. 화이트라벨은 한국에서만 판매되는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이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으로 진출이 두드러진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11~13일 중국·일본·싱가포르 바이어를 대상으로 첫 글로벌 수주회를 열었다. 앞으로 매 시즌 글로벌 트레이드쇼를 진행하며 규모를 확대해 갈 계획이다. 감성코퍼레이션은 중국 골프웨어 기업 ‘비인러펀’과 스노우피크 어패럴의 중국 유통 계약을 맺고 현지 핵심 상권 매장 확대를 추진 중이다. 아이더는 지난 9월 중국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열었다. 2020년 글로벌 상표권을 획득한 뒤 유럽·대만 등으로 확장해온 데 이어 중국 진출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