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A성형외과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표를 제시하면 정가 50만원대 쌍꺼풀 수술을 20만원대로 할인한다는 광고를 내걸었다. 그런데 기자가 16일 “정말 20만원대 맞느냐”고 문의하자 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병원 관계자는 “대부분 환자는 눈 뜨는 힘이 약해 보통은 눈매교정술까지 함께 한다”며 “정확한 비용은 상담을 받아봐야 하지만 눈 상태에 따라 100만~200만원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6학년도 수능이 끝나면서 수험생을 겨냥한 눈·코 성형뿐 아니라 나이에 맞지 않는 리프팅 시술, 귀 모양을 뾰족하게 만드는 요정귀 필러 등 성형수술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 광고 상당수는 저렴한 비용을 미끼로 유인하지만 실제 상담 단계에서는 다른 수술까지 필요하다는 식으로 부추겨 고액 병원비 지출을 유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일보는 수험생 쌍꺼풀 수술을 광고한 복수의 성형외과 전화 상담을 받아 봤지만 광고와 동일한 가격인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광고된 가격은 후기 작성을 조건으로 한 금액인 경우가 많았다. 강남구 B성형외과는 정가 30만원대의 쌍꺼풀 수술을 20만원대로 받을 수 있다고 광고했지만, 후기 작성을 하지 않으면 정가 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광고 영업은 수능 이벤트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었다. 강남구 C성형외과는 얼굴 지방흡입 수술을 마취비 포함 30만원대로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마취비 10만원이 별도였다. D성형외과는 얼굴 지방흡입 수술을 20만원대라고 광고했지만 상담에서는 90만원대로 설명했다. 광고로 상담을 받게 한 뒤 별도 비용을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의료광고 자율심의기구가 공동으로 발표한 불법 의료광고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적발된 불법 의료광고 366건의 위반 소지 내용은 506개에 달했다. 자발적 후기를 가장한 광고 내용 183개(31.7%), 거짓·과장 광고 내용 126개(24.9%) 등이 적발됐다. 이는 성형업을 포함해 전체 의료업을 대상으로 적발한 내용으로 성형업의 위반 건수는 별도로 집계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성형업 관련 적발 통계는 없다”며 “부당광고 여부는 개별 사례를 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형업과 관련한 불법·부당 광고 및 피해를 막으려면 더 적극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에만 의존하는 식으로는 교묘하게 고객을 상대로 일대일로 이뤄지는 부당 광고 영업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