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핵추진 잠수함의 대중 견제 목적 활용을 시사했다.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을 승인한 주된 이유가 중국 견제 목적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향후 핵잠수함 건조 과정에서도 중국 견제 역할을 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커들 총장은 지난 14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도입할) 핵잠수함을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며 “한국도 상당 부분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전략적 계산에 포함돼야 할 요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동맹과 함께 핵심 경쟁적 위협으로 규정하는 중국 관련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들 총장은 “핵잠수함은 장기간 수중에서 은밀하게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전략적 가치를 만든다”며 “이런 능력을 갖추는 일은 한국에도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영화 ‘스파이더맨’ 대사를 인용하며 “한국이 언젠가는 원잠을 전 세계적으로 운용할 책임을 지게 되고, 지역 중심의 해군이 아니라 글로벌 해군으로 도약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들 총장은 다만 “한국이 자국의 주권 자산인 함정을 국익에 따라 어떻게 운용하든 미국이 관여하거나 제한할 사안은 아니다”며 “한국이 핵잠수함을 자국 주변 해역에서 운용하고 그 환경에서 한국 잠수함과 함께 우리가 활동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핵잠수함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더 논의하고 결정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미 해군 고위 당국자가 핵잠수함 용도 중 하나로 ‘중국 견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후속 협의 과정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핵잠수함을 승인해준 건 대중국 견제 전략에 한국이 역할을 해 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커들 총장은 15일에는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해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커들 총장 일행은 정 회장의 안내를 받아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9월 진수한 이지스 구축함 2번 함인 ‘다산정약용함’에 올랐다. 함정 내부를 둘러본 커들 총장은 “뷰티풀”을 외쳤고 방명록에는 ‘미 해군과 대한민국 해군 간의 파트너십과 우정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적었다.
커들 총장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도 찾아 조립공장과 특수선 안벽 등을 둘러봤다. 그는 한화오션이 유지·보수·운영(MRO) 작업을 진행 중인 미 해군 보급함 ‘찰스드류함’ 앞에서 “양국의 조선 협력이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박준상 권지혜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