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2년 반 준비 끝 카운트다운… 이번엔 새벽에 쏜다

입력 2025-11-16 19:05 수정 2025-11-16 23:56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전체를 연결하는 전기체 총조립을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항우연은 지난 12일 누리호 3단부 페어링(보호 덮개) 작업을 완료했으며 이를 1·2단부와 조립하기 위한 이송 작업도 마쳤다. 사진은 항우연 연구진이 누리호 3단부 페어링 작업을 하는 모습. 항우연 제공

2년 반의 공백을 깨고 누리호 4차 발사가 임박했다. 이번 발사는 ‘민간 우주산업’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라는 특징도 있다. 정부가 아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개발 전 과정을 주관했고, 국내 산학연이 공들여 개발한 큐브위성 12기도 함께 탑재된다. 이와 함께 첫 야간 발사, 최초의 다중 위성 어댑터(MPA) 적용에도 도전하며 한국 우주 기술의 중대한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된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에서 언론 간담회를 열고 누리호 4차 발사 준비 현황을 설명했다. 현재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부탑재위성인 12기가 모두 입고됐으며, 발사체의 1·2단 결합까지 완료된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탑재체 3개를 싣고 우주로 향한다. 탑재체 중 한국천문연구원의 ‘로키츠’와 KAIST 인공위성연구소의 ‘아이엠맵’은 오로라와 대기광, 지구 자기장 등 다양한 우주 환경 변화를 살펴보는 임무를 맡았다. 발사가 새벽시간에 진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측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려면 고도 600㎞의 태양동기궤도(SSO)에 진입해야 하는데,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 오전 1시4분이다. 함께 발사되는 한림대의 ‘바이오캐비닛’은 우주 무중력 상태에서 3차원 바이오프린팅과 줄기세포 배양이 가능한지를 검증하게 된다.


2023년 3차 발사 당시 7기였던 부탑재위성의 경우 총 12기로 늘어났다. 이를 위해 다중 위성 어댑터를 활용해 여러 위성을 순차적으로 사출할 수 있게 했다. 12기 위성은 모두 국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에서 자체 제작했으며 역시 우주 공간에서 각자 임무가 주어졌다. 서울대 연구진이 만든 ‘스누글라이트-3’는 모양이 같은 쌍둥이 위성 ‘하나’와 ‘두리’로 세계 최초 추력기 없는 편대 비행과 도킹 기술을 실증한다. 우주의약 전문기업 스페이스린텍은 큐브위성 ‘비천(BEE-1000)’을 통해 우주에서 항암제 ‘키트루다’ 성분을 합성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이 밖에도 위성 자체 폐기, 6G 기술 검증, 해양 쓰레기 탐지 등 폭넓은 분야에서 실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27일 발사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누리호는 이륙 13분27초(807초) 후 600㎞ 고도에 도달해 가장 먼저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분리하게 된다. 이후 약 20초 단위로 한 번에 2대씩, 6차례에 걸쳐 부탑재위성이 사출되고 이륙 후 약 21분(1284초)이 지나면 모든 위성의 분리가 완료된다. 누리호 1단과 2단은 비행 중 자연 낙하해 바다로 떨어지며, 3단은 위성과 동일한 궤도에 남아 있다가 20~30년 후 대기권에 진입해 소멸한다. 박종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장은 “(누리호 4차 발사는) 기술적 성공뿐 아니라 산업 구조 전환의 의미가 크다”며 “11월 27일 새벽 나로우주센터에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