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美에 원자력협정 개정 요구… 핵잠수함은 ‘한국판 오커스’ 추진 전망

입력 2025-11-16 18:48 수정 2025-11-16 23:55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대통령실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미국에 공식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속 협정을 통한 조정보다는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분명히 하자는 취지다. 핵추진잠수함 도입·개발 협력은 호주·미국·영국의 오커스(AUKUS) 모델을 참고한 구조로 추진키로 하고 후속 협의를 신속하게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16일 국민일보에 “한국은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협정 개정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이미 미국에 알렸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의 논의에 따라 다른 다양한 방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를 전제로 한 평화적 목적 민간 우라늄 농축·재처리 절차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해당 문안이 현행 협정의 조기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내 반발이 있지만 팩트시트엔 개정을 염두에 둔 문구가 담겼다는 것이다.

핵잠수함 협력은 ‘한국판 오커스’ 방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호주는 오커스 체결에 3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조선·원전 기술 기반이 탄탄해 논의 속도를 훨씬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이미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산업·기술적 역량을 상당 부분 갖춰 협상 과정에서 비교적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은 일각에서 핵잠수함 확보를 ‘핵 잠재력’이나 ‘핵무장 가능성’과 연결하는 주장에 대해 강하게 경계했다.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핵잠수함 논의를 핵무장과 연결하는 건 사실과도 다르고 국익에도 배치된다”며 “이런 담론이 커질수록 미국 내 비확산 우려가 증폭돼 후속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안에서 모든 원자력 활동을 평화적 목적에 한정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농축·재처리는 경제·산업적 목적일 뿐 군사적 의미와는 무관하다”고 지난 14일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8월 한국을 포함한 주요 동맹국에 그간 면제해줬던 비반복 비용(Non-recurring Costs·NC) 부과를 통보했다는 소식은 변수다. NC는 미국 방산업체가 무기를 개발·생산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NC 면제가 폐지될 경우, 향후 미국산 무기 도입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예솔 이가현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