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팩트시트는 협상의 끝 아냐, 국익 중심 후속조치 나와야

입력 2025-11-17 01:20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한·미 양국이 관세협상과 안보협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한 것은 협상의 문서화를 통해 경제, 안보 문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팩트시트 곳곳에 해석의 여지를 두는 부분이 적잖고 국익에 영향을 줄 추가 지출 및 개방 사안들도 새롭게 부상하면서 한·미 협상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국내에선 한·미 협상 국회 비준 처리 여부를 놓고 벌써부터 여야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협상의 후속 처리 매듭이란 과제가 다시 우리 손에 남겨졌다.

한·미 협상의 최대 수확으로 간주된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총괄에만 합의됐다. 대통령실은 한국에서 핵잠을 건조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팩트시트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최근 방한한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은 핵잠의 한국 건조 여부에는 입을 다문 채 핵잠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언급해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또 핵잠 건조 합의를 계기로 우리 측은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을 허용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의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팩트시트에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를 전제 조건으로 했을 뿐 확답은 없었다. 원자력협정 개정 작업이 자칫 기약 없는 미국 법적 절차를 마주할 우려가 커졌다.

국민들의 시선이 ‘대미투자 3500억 달러-자동차 관세 15% 인하’에 쏠려 있는 사이 새로운 부담 요소들도 등장했다. 비관세 장벽 해소를 명분으로 유전자변형작물과 과일류 등 농산물 수입 확대의 길을 열어 놓았다. 주한미군을 위한 330억 달러(약 48조원) 지원·5년내 250억 달러의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도 합의문에 처음 명기됐다. 대미투자 3500억 달러, 기업 투자 1500억 달러, LNG 구매 1000억 달러에 이은 추가 공식 지출 내역서인데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를 볼 때 과연 이게 끝일지 의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듯 자칫 잘못하다간 합의문이 양국 동상이몽을 키울 여지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후속 조치 방법론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며 내우마저 커지고 있는 건 우려스럽다. 국민의힘은 재정적 부담을 고려해 국회 비준을 주장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준이 아닌 특별법을 발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협상은 이제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대미 투자처 선정, 수익금 회수, 원자력협정 줄다리기 등 길고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여기에 벅찬 투자금 지출에 따른 외환시장의 불안 해소 방안도 찾아야 한다. 한가하게 정쟁을 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국익을 극대화할 이행 방안을 계속 찾고 국회는 협상의 실효성을 살릴 제도 정비에 적극 나설 때다. 외교·안보에서 만큼은 당리당략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