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씨가 국가전산망 마비로… 화재 조기 진화 AI·로봇 기술 주목

입력 2025-11-17 00:26
알체라의 AI 영상 분석 화재 시스템 ‘파이어스카우트’

대형 화재로 인한 2차 피해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전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최근의 충남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 여파로 전국 물류·배송망이 흔들리고 있다. 건물이 대형화·첨단화하고 시설 간 네트워크 연동이 강화되면서 작은 불씨가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화재 조기 감지와 진화가 가능한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이 하나의 대응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화재 재산 피해 규모는 크게 늘었다. 화재 발생 건수는 2015년 4만4435건에서 지난해 3만7614건으로 감소했으나, 오히려 재산 피해액은 4332억원에서 7840억원으로 약 80%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화재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5분’으로 본다. 5분을 넘길 경우 인명 피해는 2배 이상, 재산 피해는 3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열 감지기와 연기 감지기 등으로는 화재 발생을 조기에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전기차나 데이터센터 등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깔리기 때문에 천장에 설치된 감지기가 무용지물일 때가 더욱 많다.

이에 화재 여부를 초기 단계에 인지하고 신속한 진화까지 도맡을 수 있는 AI·로봇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AI 기반 화재 대응 기술 전문기업 엠젠솔루션은 ‘AI 화점 인식 및 자동 분사 제어 소방 로봇’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로봇에 탑재된 AI는 적녹청(RGB) 영상, 열화상, 라이다 센서, 가스 센서 등 다중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화점을 정밀하게 식별한다. 산악 지형, 터널, 대형 물류센터 등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적 경로로 자율주행하고 발화 지점에 자체 탑재한 소화수를 분사한다.


현대로템도 소방청과 협력해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 기반의 무인 소방 로봇을 개발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발화 지점을 실시간 탐지하고 고위험 공간의 진입 경로를 확보한다. 지름 65㎜의 소방호스가 장착돼 자체 고압 분사도 수행한다. 소방청은 이달부터 무인 소방 로봇의 현장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AI 솔루션 기업 알체라의 AI 영상 분석 화재 시스템 ‘파이어스카우트’는 CCTV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연기와 불꽃을 수초 내로 포착하고 즉시 알림을 전송하는 기술이다. 서울 강남구·서초구 일대 주거단지와 미국·호주 등 해외 산불 대응 기관에 도입돼 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