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 붕괴 참사 수사 본격화… ‘25m 취약화 작업’ 졸속 가능성

입력 2025-11-16 19:05
울산화력발전 붕괴 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 공동 본부장인 김영훈(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사고 현장 앞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붕괴 사고 매몰자 7명은 모두 시신으로 수습됐다. 연합뉴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 매몰자 구조가 지난 14일 마무리되면서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번 사고는 44년 된 노후 보일러타워를 해체하기 위한 공사를 하던 중 발생했다. 공사 발주처는 한국동서발전, 시공사는 HJ중공업이며, 발파 전문업체 코리아카코가 도급받아 공사를 진행했다.

수사전담팀을 꾸린 부산고용노동청은 현재 동서발전, HJ중공업, 코리아카코 관계자 모두를 조사 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

매몰자 수색·구조 작업에 투입돼 조사가 쉽지 않았던 해체 공사 주요 관계자들도 매몰자 수색이 마무리된 만큼 곧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현장 합동감식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노동 당국과 별도로 사고 당시 현장 책임자 등에 과실이 없었는지를 따지는 수사를 진행 중이다.

부산노동청은 작업 관련 서류와 안전 지시체계 등을 분석하고 관계자 진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안전 관련 미비 유무, 사고 우려 보고 여부, 보고 후 개선 지시 여부, 개선 이행 여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발파 때 보일러타워가 목표한 방향으로 쉽게 무너지도록 기둥과 철골 구조물 등을 미리 잘라 놓는 ‘취약화 작업’ 중에 일어났다.

HJ중공업이 작성한 ‘울산 기력 4·5·6호기 해체공사 안전관리계획서’에 따르면 취약화 작업은 철골 기둥 1m와 12m 상하부 구간 2곳에서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1m와 12m 높이에서 이미 취약화가 된 상태에서 추가로 25m에서 절단 작업을 하다 타워가 무너졌다.

안전계획서에도 없는 25m 지점 취약화 필요성이 있었다면 그 순서라도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오는 방식을 택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안전을 위해 상부에서 먼저 작업을 진행하고 하부 작업에 들어가지만 이번 현장의 경우 하부 먼저 취약화 작업이 진행됐다.

이와 함께 공사 기한 압박에 무리한 취약화 작업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타워 철거 완료가 애초 계획보다 수개월 미뤄진 데다 이달 16일로 예정됐던 발파 일정도 맞춰야 했던 점을 고려할 때 과도한 작업 지시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하는 대목이다.

HJ중공업 측은 “수사 상황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해주기 어렵다”고 밝혔고, 하도급 업체인 코리아카코 측은 “사고 원인을 추정하기 어려워 답답하다”고 전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