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민일보 더미션의 청년프로젝트 ‘갓플렉스(GODFLEX) 시즌 6’이 열린 광주 서구 월광교회(김요한 목사) 주변엔 집회 시작 3시간 전부터 50m 가까이 되는 대기 줄이 생겨났다.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부터 여수·광양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온 청소년들까지, 월광교회뿐 아니라 광주 외곽 지역 곳곳의 여러 교회 청년들까지 갓플렉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여들며 ‘오픈런’(행사 시작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집회 시작 시간인 오후 2시, 무대 조명이 꺼지고 찬양팀 ‘기프티드’가 등장하자 객석 여기저기서 “왔다” “시작한다”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첫 곡 ‘온 맘 다해’가 흐르자 예배당을 가득 메운 2000여명의 청년이 일제히 일어나 노래를 따라부르며 열광했다. 기프티드는 ‘주를 바라보며’ ‘나는 아버지를 닮았네’ 등을 잇달아 부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차분함과 뜨거움이 공존하던 찬양 분위기를 이어받은 건 이승제 가까운교회 목사다. 이날 설교를 맡은 이 목사는 알코올 의존이 심했던 아버지, 가정폭력의 기억, 장애가 있는 누나와 함께했던 가난한 유년기 등을 이야기하면서도 특유의 유머로 청년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겼다. 그는 특히 “환경이 남기는 흔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흔적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요한복음 10장 10절을 인용해 “예수께서 주시는 풍성함은 사회적 성공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결핍으로 드러난 자리를 다시 일으키는 힘이 바로 예수의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속도가 빨라질수록 중심은 단단해야 한다”며 “안정과 평화는 결국 예수님께서 주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월광교회 청년 김겸 아나운서의 사회로 박위 송지은 부부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결혼 1주년을 맞은 두 사람은 현장 스크린에 띄워진 오픈채팅방 QR코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온 청년들의 고민에 즉문즉답을 이어갔다. 한 고3 학생은 뇌병변장애와 우울증,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하나님 안에서 멋지게 살고 싶지만 반복되는 좌절에 마음이 무너진다”고 고백했다. 박위는 이에 “그 마음을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 역시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지 11년이 됐다”며 자신의 경험을 조심스레 나눴다. 그는 병원에서 마비 판정을 받고 ‘더 내려갈 데가 없다’고 느꼈을 때 ‘그의 죄도 아니고 부모의 죄도 아니다.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려 함이라’는 요한복음 9장 1~3절 말씀이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을 향해 “장애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고난은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그 고난이 자양분이 된다. 지금의 경험은 앞으로 누군가를 돕는 힘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토크콘서트 마지막 질문은 “인생이 꿀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였다.
박위는 "꿈속에서 휠체어를 탄 채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던 적 있다"며 "우리 삶이 내리막길일지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행복을 느낄 수 있더라. 남과 비교해 부족한 것을 보는 대신 이미 주신 감사의 조건을 바라볼 때, '인생은 꿀'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지은도 "옆에서 남편의 태도를 보며 많이 배운다"며 "삶의 순간마다 배우고 감사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그의 모습 덕분에 나 역시 내 삶에 주신 것들을 떠올리며 감사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순서는 중증 정신장애인을 위한 커피 전문기업 히즈빈스를 운영하는 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 대표의 강의였다. 임 대표는 17년 전, 25살 대학생으로 홍콩 국제 창업 공모전에 참여했다가 비전을 받았던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시 한 중국인 참가자가 "굶어가는 이들이 사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창업을 준비한다"고 말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던 그는 "교회 한번 다니지 않던 친구가 세상을 향한 마음을 품고 있는데, 나는 '조금만 벌고 나면 하나님께 영광 돌리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때의 부끄러움을 털어놓았다. 이후 처음으로 "하나님, 정말 살아계시다면 제 인생을 왜 주셨는지 알려 달라. 알려주시면 그렇게 살겠다"고 기도했고 응답처럼 받은 말씀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가 히즈빈스의 시작이었다. 작은 자들을 만나기 위해 헤매다 조현병·우울 장애를 겪는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이 만남을 시작으로 포항 소재 대기업의 문을 두드려 사업 투자를 끌어내 현재 170명의 장애인 직원과 88명의 비장애인 직원이 함께하는 카페 브랜드를 이뤄냈다. 임 대표는 "새로운 일이 열리는 순간은 언제나 '내가 아직 준비되지 않은 때'였다. 내 계획이 막히면 하나님이 길을 여셨다. 일이 내가 의도한 타이밍에 풀렸다면 '내가 했다'고 착각했을 것"이라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때 하나님이 자신의 방식으로 길을 여신다. 히즈빈스는 그 증거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갓플렉스는 집회뿐 아니라 월광교회 청년부, 광주지역 캠퍼스 선교단체 등 여러 지체가 준비한 부스와 활동이 어우러지며 교회와 지역의 청년이 모두 함께하는 축제가 됐다. 김요한 월광교회 목사는 "광주·호남 청년들의 영적 갈급함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준비 과정에서 많이 느꼈다"며 "갓플렉스를 통해 그 갈증에 단비가 내린 것 같아 감사하고 앞으로도 청년을 섬길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손동준 김수연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