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포항 남구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의 한 강의실. 그 이틀 후인 14일로 예정된 빅데이터 조별 과제 발표를 앞두고 열띤 피드백이 진행 중이었다. 한 학생이 반도체 불량 칩 발생 비율을 낮추는 방안 관련 발표를 마치자 “목표치를 14%로 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송홍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의 날카로운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목적과 분석 내용이 동일한 점, 그래프 수치가 눈에 띄지 않는 점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점검이 끝나자 발표자를 비롯한 조원들은 빈 강의실로 들어가 발표 내용 보완 작업에 들어갔다.
포스코인재창조원이 2019년부터 운영 중인 ‘청년 AI·빅데이터 아카데미’ 프로그램 한 모습이다. 이 프로그램은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AI와 빅데이터 활용 역량과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6개월 이내 졸업 예정인 대학생들이 대상이다. 한원석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는 “통계 이해, 빅데이터 분석·실습, AI 활용 등을 교육하고 있다”며 “취업준비생 대상 교육인 만큼 관련 역량을 키워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합숙을 통해 교육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교육생들은 2주간의 재택 온라인 수업을 거친 뒤 10주간 포항 포스텍에서 합숙 수업을 받는다. 무상 숙식은 물론 10주간 모두 250만원의 교육비도 제공된다. 수료자에겐 포스텍 총장의 수료증이, 성적우수자에겐 포스텍 인턴 근무 및 포스코 채용 서류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교육생 김남규(25)씨는 “이론뿐 아니라 프로젝트 결과물, 기업용 보고서 등을 만드는 방법을 단기간 내 몰입도 있게 배울 수 있다”며 “교육생들과 새로운 교우관계를 만드는 등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취업 등용문으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까지 교육(연간 3회·차수당 225명 정원)을 수료한 약 1600명 중 절반이 넘는 930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 통계에 잡히진 않지만, 진로를 찾아 관련 대학원으로 진학한 이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 포스코그룹에 입사한 최성우(26) 포항제철소 사원은 ‘실무 위주의 교육’을 프로그램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과제 선정·보고서 작성·성과 평가 순으로 실습이 진행되는데, 회사 내 프로젝트성 업무가 이뤄지는 과정을 압축시켜 놓은 느낌”이라며 “대학에서 실무와 관련해 10% 정도를 배운다면 이곳은 50~60% 정도는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20년간 데이터 업무를 담당했던 황의규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는 “교육생들이 기업에 들어가 실제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나눠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데이터 수집과 이해, 분석뿐 아니라 그 안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 시각화하고 전달하는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글·사진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