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핵심 인사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연방 하원의원을 ‘반역자’라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공화당의 스타”라고 부를 정도로 최측근이었던 그린 의원을 공개 저격한 것은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공개에 관한 이견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그린을 향해 “그는 좌파로 돌아서며 공화당 전체를 배신했다”며 “마저리 ‘반역자(Traitor)’ 그린은 우리 위대한 공화당의 수치”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전날 그린에 대한 지지를 공식 철회하며 “매일 미친 듯이 떠드는 정신병자의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기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그린에 맞서는 다른 도전자를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공격을 받은 그린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 나를 향한 위협을 부추기고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성으로서 나는 남성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제 엡스타인과 그의 일당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와 압박감을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약점인 엡스타인 의혹을 거론하며 자신에 대한 공세를 받아친 것이다.
그린은 공화당 내에서 마가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지만 최근 들어 트럼프가 국내 문제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외교 문제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특히 그린은 엡스타인 관련 문서 공개를 촉구하는 청원에 이름을 올리면서 트럼프와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AP통신은 “두 사람은 폭발적인 불화로 갈라섰다”며 “이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의 마가운동 내부에 더 많은 균열이 생길 수 있음을 예고한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그린을 공격하는 글에서 엡스타인 의혹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해당 의혹을 ‘사기’라고 일축해 왔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돼 2019년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다. 생전에 정재계 고위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한 그가 ‘성접대 고객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
미 하원은 조만간 엡스타인 문건 전체 공개를 위한 표결에 돌입한다. 트럼프가 과거 엡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할 당시 그의 성범죄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내용의 엡스타인 이메일이 최근 공개되면서 민주당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