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이후 검찰 내부의 반발을 대하는 여권의 대응에 ‘어디 감히’ 하는 정서가 스며 있다. 처음엔 “김건희 땐 찍소리도 못하더니…”(서영교 의원) 하고 혀를 차던 게, 이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치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김병기 원내대표)는 불호령으로 바뀌었다. 선택적 반발을 한다(전자)는 말과 반발 자체가 잘못(후자)이라는 말은 일견 모순적인데, 여권은 이를 아무런 불편함 없이 병렬해 놓고 있다.
검찰 반발을 제압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꺼낸 ‘검사파면법’ 역시 일종의 자기부정으로 볼 여지가 있다. 지금의 검찰청법은 2004년 노무현정부가 검찰개혁을 위해 ‘검사동일체’ 원칙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얼개가 잡혔다. 민주당은 당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없애기 위해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7조 조항을 ‘검사는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고, 적법성이나 정당성에 이견이 있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꿨다. 권력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말하라는 취지였다.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 및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유명무실한 조처가 됐지만 문재인정부가 검사의 이의제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며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을 손본 것도 같은 흐름이었다. 지침에는 이의제기한 검사가 그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명문화돼 있다. 비판적 의견 표출은 민주정부가 검찰개혁에서 보장하려 했던 핵심 권리였다. 민주당은 검사들의 이번 반발을 정당한 이의제기가 아닌 ‘특권적 항명’으로 보는 듯하다. 하지만 왜 그런지 설명하는 말은 좀체 없다. 대신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 항고 포기 때는 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느냐”(백승아 원내대변인)는 꾸지람이나 “난동 부리는 검사들 개업 못 하게 만든다고 하면 화들짝 놀랄 것”(김용민 의원)이라는 조소만 들린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호구로 보나 생각했다”는 말까지 했다.
민주당이 환영했던 반항도 있었다. 지난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공개 비판이 나오자 민주당은 이를 반겼다. 12·3 비상계엄 당시 상부 명령을 거부한 군 간부들은 특진도 받았다. 이번 항명 검사들을 이들과 같은 선상에 비교하는 건 여권에선 불경한 일이겠지만 적어도 ‘착한 항명’과 ‘나쁜 항명’의 기준이 정권의 이해에 따라 달라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현실은 외면하기 어렵다. 검찰이 검사징계법을 제 식구 감싸기 도구로 오용했다면 바로잡아야겠지만 개혁의 방향이 ‘우리 편에 반항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히지 않는지도 돌이켜봐야 한다.
최근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국회 예산안 심사 때 이재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에게 “일을 안 하면서 무슨 염치로 예산을 요구하느냐”며 친윤(친윤석열) 인사인 유병호 감사위원 수사를 채근한 일이 있었다. 그는 정상우 감사원 사무총장에겐 “(유 위원) 정신구조에 문제가 있다. 퇴출 방안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임기가 헌법으로 보장된 감사위원의 퇴출 압박에 공수처 차장과 감사원 사무총장이 항거했다는 말은 못 들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핵심은 권력자가 어떤 입장에 서 있든 동일한 규칙이 적용된다는 데 있다. 그 원칙은 정권의 필요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져선 안 된다. 개혁의 말들이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전웅빈 정치부 차장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