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테플론 정치인

입력 2025-11-17 00:40

테플론은 미끄러지는 성질 때문에 이물질이 잘 붙지 않는 특수 소재다. 테플론 소재 프라이팬은 잘 눌어붙지 않고 물과 기름도 잘 제거된다. 수도관 연결부에 쓰이는 흰색 테이프도 테플론이다. 이걸 감으면 마찰이 적어 관이 잘 돌아가면서도 빈틈을 막기 좋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내년 미국 중간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테플론 테스트’의 장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프리 엡스타인 성착취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된 정황이 나오면서 중간선거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갖 악재를 극복하고 2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돼 ‘테플론 정치인’의 대명사가 된 트럼프가 이번에도 잘 빠져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2년 전 당 혁신위원장으로 영입됐을 때도 이 말이 거론된 적이 있다. 인 의원이 혁신에 저항하는 당내 반발을 돌파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많았는데 당시 그는 “난 정치판에서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는 게 강점이고, 외국 배경을 갖고 있어 테플론 코팅이 돼 있다”고 말했다.

근년에 정치적 악재에 내성이 가장 강했던 이를 꼽자면 단연 이재명 대통령일 것이다. 가족 관련 논란, 대장동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대북송금 사건 등을 다 이겨내고 끝내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과거 ‘철새 정치인’ 낙인과 정치자금 논란 등을 이겨내고 총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비롯해 악재가 끊이지 않았지만 무려 4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명태균 사건과 한강버스 도입 논란이 그에게 새로운 ‘테플론 테스트’로 떠올랐다. 조국 조국혁신당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온갖 비난에 다 휩싸였었지만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재기했다.

정치권에서 “팬덤(극성 지지층)이 있어야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통설이 있는데, 이제는 거기에 더해 테플론 내성도 요건으로 삼아야 할 듯하다. 너무 깨끗해 보이고 허물이 없으면 주목받기 어려운 게 정치권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