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된 대구경북특별시… 느슨한 통합으로 기조 변경

입력 2025-11-16 18:31
대구시청 산격청사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와 경북을 합쳐 대구경북특별시로 만들겠다던 계획이 사실상 중단됐다. 대구시는 기존 행정통합 관련 부서를 폐지하는 등 정부 정책에 맞춘 느슨한 통합으로 기조를 바꿨다.

대구시는 최근 ‘대구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인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대구경북행정통합추진단 폐지다.

시는 기존의 광역협력담당관을 ‘광역행정담당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광역정책팀’을 신설해 정부의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 정책과 보조를 맞출 방침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행정통합 작업을 진행했다. 두 지자체를 하나로 만들어 서울에 버금가는 특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지난해 10월 대구경북특별시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고 시·도민 여론조사와 대구시의회 동의까지 얻었지만 경북도와의 온도차 때문에 동력을 잃었다. 경북 북부권의 반발에 경북도의회 동의가 미뤄지는 사이 홍준표 전 대구시장 조기 사퇴와 조기 대선이 진행되면서 추진 불씨가 사라졌다.

최근 대구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애초 실현이 불가능했다’ ‘예산만 낭비했다’ 등 기존 행정통합 사업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대구시의회도 홍 전 시장 재임시설 행정통합에 적극적으로 협력했기 때문에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위기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하던 행정구역 통합 대신 보다 느슨한 통합인 경제공동체,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등이 힘을 얻고 있다. 느슨한 통합은 지자체의 독립된 행정체제를 유지하면서 사회·경제적 연합체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 정부도 국가균형성장 정책으로 5극3특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노선을 변경했다. 정부 균형 발전 정책 기조에 맞춘 사업 추진을 위해 행정협의체를 구성했다. 필요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도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에 속도가 날지는 미지수다. 사업 관련 중요한 결정이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주춤하는 사이 광주·전남과 대전·충남 등 통합 후발 주자들이 추월하는 모양새다.

대구시 관계자는 16일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해 대구와 경북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구와 경북이 초광역 교통과 미래전략산업들로 연결된다면 하나의 생활권이자 경제권이 돼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