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주말 출근에 퇴근 후 카톡… 과기부총리 “워라밸 지켜라”

입력 2025-11-17 00:4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때아닌 ‘워라밸 사수전’에 들어갔다. 민간 기업 출신 장관이 ‘보고를 위한 보고’ 등 공무원 조직의 불필요하고 과도한 업무 관행에 불호령을 내리면서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간부 메신저 대화방에 ‘불필요한 업무를 지나치게 추진하는 간부에 대해 경고 이상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배 부총리는 최근의 국정감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숨가빴던 일정을 돌아보며 “부처 직원들은 어떤 상황일지 다 같이 생각해 보자”고 운을 뗐다. 이어 “부처가 생산하는 보고서, 참고 자료가 지나치게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해당 메시지 이후 일부 부서는 주말로 예정돼 있던 보고 일정을 주중으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배 부총리의 이 같은 지시는 정통 관료가 아닌 민간 기업 출신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 부총리는 LG AI연구원 원장을 지낸 인공지능(AI) 전문가다. 효율을 우선시하는 기업인이자 전문가 입장에서 보기에 경직되고 체계와 형식을 따지는 공무원 업무 문화가 성과 도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했을 수 있다.

앞서 과기정통부 내부에서는 과도한 업무로 직원들의 개인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과기정통부 직원 전용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밤낮 가리지 않는 카톡, 주말에도 이어지는 소환” “수많은 업무로 조직이 뭘 얻고 있는지 모르겠다” 등 비효율적인 업무 지시에 고통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국회 관련 업무를 맡았던 한 직원은 “국정감사 같은 기간에는 담당 인원을 증원하거나 업무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러지는 않고 기존 인력에 일만 쏟아부으니 답답할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