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방해 의혹을 받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지휘부가 지난해 3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출국금지를 해제하라’고 수사팀에 지시한 정황을 채해병 특검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지난 12일 법원에 청구한 송창진 전 부장검사 구속영장에 이 같은 혐의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공수처 관계자로부터 “지난해 3월 6일 송 전 부장검사가 차정현 부장검사에게 이 전 장관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시기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선규 전 부장검사가 사직하며 공수처장 ‘직무대행의 대행’을 맡고 있었다. 당시 차 부장검사는 채해병 순직사건의 주임검사였다.
지난해 3월 6일은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된 지 이틀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채해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공수처에 입건돼 출국금지 상태였다. 앞서 법무부는 공수처 수사팀 요청으로 2023년 12월 8일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했다. 이후 수사팀은 출국금지 연장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되자 돌연 공수처 지휘부였던 송 전 부장검사가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특검은 송 전 부장검사의 지시가 지휘부의 수사 방해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이라고 본다. 앞서 특검은 송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6월 “수사 외압 의혹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통신영장 청구를 막은 정황도 파악했다. 송 전 부장검사가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수사에 개입해 왔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국민일보는 이와 관련해 송 전 부장검사에게 입장을 물었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송 전 부장검사의 지시가 최종적으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차 부장검사 등 수사팀이 반대의견을 내면서다. 수사팀은 지시와 달리 법무부에 출국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수사팀 의견과는 관계없이 지난해 3월 8일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전 장관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이 전 장관은 이틀 뒤인 3월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특검은 이런 정황을 담아 지난 12일 송 전 부장검사와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1~5월 공수처장 대행을 맡으며 ‘총선 전에 (수사 외압 의혹) 관계자를 소환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날 특검은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4시간30분간 윤 전 대통령을 조사했다. 지난 11일에 이은 두 번째 조사다. 특검은 질문지 60여쪽을 준비했으며 영상녹화를 진행했다. 첫 조사에서 수사외압 의혹을 조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에 관한 지시 내용이 무엇인지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서현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