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이 지난 14일 양국 간의 양해각서(MOU) 발표로 마무리된 가운데 ‘협상 맞수’였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협상 후일담도 회자되고 있다. 김 장관은 이재명정부 출범 한 달을 넘긴 지난 7월 21일 취임한 뒤 러트닉 장관과 4개월간 서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그는 관세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러트닉 장관은) 다혈질인 것 같지만 미국 이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던지는 애국자”라며 “감명 깊고 존경스럽다”고 표현했다.
1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8월 초 미국의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러트닉 장관을 만나기 위해 다짜고짜 영국 스코틀랜드로 향한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김 장관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지난 7월 24~25일 미국 현지에서 러트닉 장관과 두 차례 협상을 벌였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일정 수행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향하는 러트닉 장관의 동선을 따라갔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 측이) 언제 어디로 오라는 회신이 와야 하는데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고 했다.
김 장관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골프장이 있는 애버딘과 턴베리를 놓고 고심하다 애버딘으로 향했다. 그때 러트닉 장관에게 “우리는 턴베리로 가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길이 엇갈리며 급하게 비행기 표를 알아보다 결국 렌터카를 택했고 4시간 이상을 달려 러트닉 장관과 조우에 성공했다. 김 장관은 “초대한 것도 아닌데 찾아와서 (러트닉 장관도) 인간적인 미안함이 있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며 “그래서 그날 협상을 두 번 했다”고 전했다.
치열한 협상 끝에 MOU에 서명한 두 장관은 상호 존중의 마무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이) 축하한다면서 (MOU에) 자기가 사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둘이서 (화상으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전화 통화도 하며 마무리를 지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투자 논의 등에서 두 사람의 물러섬 없는 기 싸움이 재현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