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영주권 인터뷰 날이 다가왔다. 아침에 아내, 두 자녀와 함께 기도했다. “만약 오늘 떨어져서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결과가 나오면, 주님의 뜻으로 알고 기쁘게 순종하자.” 그렇게 보따리까지 싸 놓고 출발했다. 인터뷰 직전, 변호사가 귓속말로 말했다. “오늘 인터뷰 담당 중 캄보디아 직원이 있는데, 그분이 하면 무조건 떨어진다. 그 직원이 아니길 기도하라.” 우리는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로 그 직원이 우리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녀는 두꺼운 서류를 넘기며 얼굴을 붉혔다. 화가 난 듯 “왓 이즈 잇(What is it)?”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맨 처음 허위로 제출된 서류에 내가 25년간 목회자 신분으로 미국에 있었다고 기록돼 있었다. 다른 잘못된 서류들도 계속 나왔다. 그녀는 서류를 덮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기세였다.
그 순간 변호사가 우리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가족은 사기를 당한 것입니다. 지금 제출된 전도사 서류가 진짜입니다.” 작은 목소리로 20분간 이어간 이야기에 여직원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더니 갑자기 아내에게 다가와 꼭 껴안고 말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우리 가족의 서류에 도장을 쾅쾅 찍어 주었다.
그날 우리 가족은 함께 고백했다. “주님, 감사합니다. 오직 주님만이 하셨습니다. 주님만 영광을 받으시옵소서.” 우리는 9년 4개월만에 영주권을 받았다. 9만 달러라는 큰 대가도 치렀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 가족에게 하나님만 남게 하셨다. 영주권은 세상의 신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것을 보게 하시기 위한 도구였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리석은 비둘기처럼 사람을 의지하며 하나님께 온전히 돌이키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 의지를 다 끊게 하시고 정로의 길로 인도하셨다.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 6:9~10)
주님 앞에 나는 기도한다. 주님, 앞길에 험한 일이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사람을 의지하지 않게 하시고, 편법을 버리고 정직의 길을 걷게 하소서. 넘어질 때마다 온전히 주께 돌이켜 주께서 보여 주신 길, 곧 정로를 따르게 하소서. 오늘도 내 마음에 한마디로 명하소서. “정로로 가라.”
나의 사역은, 내 마음을 먼저 준비시키신 하나님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캘리포니아주 노워크에서 교실 하나를 빌려 집사람, 우리 딸과 아들, 그리고 성도 두 명과 함께 예배드리기 시작했다. 교도소 사역을 시작하게 된 데엔 그 이전에 내 마음을 움직인 분명한 동기가 있었다. 그 후로 나는 오렌지카운티 교도소를 찾아가 사역을 시작했다. 그곳엔 한인이 약 15명 정도 있었다. 나는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교민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눈으로 보고 알게 되었다.
정리=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