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관세 15% 이달 1일 소급 적용될 듯… 비관세장벽은 온도차

입력 2025-11-15 00:02 수정 2025-11-15 00:02
경기도 평택항에 14일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통상·안보협의 최종타결을 알리며 ‘조인트 팩트시트’ 내용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에서 공개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는 한국의 투자와 미국의 관세를 맞바꾸는 게 핵심이다. 예고됐던 3500억 달러(약 511조원) 투자를 명문화하고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구체적 이행 방법을 명시했다. 한국은 낮아진 자동차 관세(15%)를 적용받고, 향후 의약품·반도체 관세에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기로 했다. 통상 분야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묘한 온도 차이가 읽힌다. 사실상 협상 종료를 선언한 한국과 달리 미국 측은 농업 분야 등에서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소관인 비관세 장벽만큼은 마무리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양국은 14일 팩트시트 공개부터 투자와 관련한 양해각서 체결까지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조선업 1500억 달러(약 219조원), 2000억 달러(약 292조원) 투자 관련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조선업 투자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한국 기업에 귀속된다. 반면 2000억 달러를 투자할 프로젝트에선 원리금 상환 이전까지 한국과 미국이 5대 5로 수익을 나눈다. 원리금 상환 이후 수익 배분은 한국 1, 미국 9로 바뀐다. 프로젝트 선정은 양국 협의로 정하되,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선정을 끝내도록 했다. 한국의 외환 안전성을 고려해 연간 투자 규모에 최대 200억 달러(약 29조2000억원)라는 제한을 걸었다.


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조항이 불공정하다는 질문이 나오자 “여기(MOU) 중에 공정한 내용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느냐.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다”고 답했다.

투자를 전제조건으로 한국은 관세 인하 혜택을 받는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목재 및 목재 파생상품 관세는 15%로 내려간다. 인하 시점은 한국 정부가 양해각서 이행을 위한 특별기금 설립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하는 달의 1일부터로 정했다. 정부는 이달 내 법안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35.6% 감소했었다.

향후 결정 예정인 의약품 관세는 15%를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반도체 역시 한국과 무역 규모가 유사한 국가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복제 의약품, 항공기 부품의 관세 철폐도 조인트 팩트시트에 담겼다. 대신 미국 측의 요구인 미국산 자동차 수입 시 안전기준을 충족했다고 인정해주는 상한선(5만대)을 철폐하는 내용이 더해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미국산 자동차의 연간 수입 대수가 4만7000대 정도라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발표로 협상을 끝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농업 분야 등에서 추가 협상 여지가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규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적시했는데, 이는 미국에서 지속해서 지적해왔던 지점이다. 미국 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 디지털 무역 비관세 장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여기에 개인정보 등을 포함한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을 원활하게 한다는 약속까지 담았다. 구글·애플이 요구한 정밀지도 반출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확원 교수는 “일부 이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후속 협상들이 계속돼야 하고 구체화하는 일들이 남아 있는 거로 보인다”며 “디지털 무역 그리고 농축산물을 포함한 미국의 비관세장벽 철폐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주말 사이에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을 갖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만난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