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정치인 현수막

입력 2025-11-15 00:40

‘묵묵히 걸어온 너에게 박수를 보내.’ ‘힘내세요. 수험생 여러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수능이 끝났는데도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내건 현수막들로 거리는 여전히 어지럽다. 응원 메시지는 제각각이지만 그 옆에 정치인의 이름과 사진, 정당을 기재해 놓은 경우가 많다. 수험생 격려보다는 본인의 이름을 알리려는 것이 목적이다. 출퇴근길이나 산책을 하다 보면 곳곳에 걸린 정당 현수막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거리의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자극적이거나 사실과 거리가 먼 내용으로 불쾌함을 주기도 한다. 무게가 1.2㎏인 현수막 1장을 사용하면서 나오는 온실가스 양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6.28㎏이라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길바닥에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도 정당이 게시한 것이어서 철거 못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이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 현수막까지 동네에 너저분하게 걸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일종의 특혜법이 될 수도 있다”며 “옛날대로 돌아가는 방안을 정당과 협의해 달라”고 지시했다.

국회는 2022년 옥외광고물법 규제 대상에서 정당 현수막을 제외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서영교·김남국 의원이 법안을 대표 발의해 개정을 주도했고,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도 찬성했다. 2023년 법을 재개정해 정당이 걸 수 있는 현수막을 읍·면·동별 2개로 제한했지만 내용 관련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개정 여론이 일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야당 시절, 거리마다 조롱과 선동, 비방의 현수막을 내걸며 정부를 공격했다”며 “‘내가 하면 표현의 자유, 남이 하면 불법’이라는 위선에 ‘올인’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입법 과정이야 어찌 됐든 정당 현수막은 도가 지나치다. 정치적 소통을 위한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거리의 흉물로 변했고, 본래의 취지를 잃은 지 오래다. 정당 현수막을 없애고, 거리를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새로운 정치 소통 방식을 모색해야 할 때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