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or 보기] KLPGA 특별 시드 제도, 폄훼돼선 안 된다

입력 2025-11-15 00:03

KLPGA가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특별 시드 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제도는 올 시즌 시드를 놓친 선수 중 K-10(10년 이상 연속 정규 투어 활동) 또는 누적 상금 25억원 이상 기준을 충족한 선수를 대상으로 성적과 협회 기여도, 인지도 등을 종합 평가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4명 이내 선수에게 내년 시드를 부여하는 게 골자다. 시니어 투어로 가기 전까지 경쟁력 있는 선수들의 경력 단절을 막자는 취지였다.

제도 도입 발표 때만 해도 선수들과 여론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3일 첫 수혜자로 이소영(28·롯데), 김지현(34·퍼시픽링스코리아), 장수연(31·동부건설), 서연정(30·요진건설)이 발표되자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KLPGA는 두 기준(10년 연속 활동+25억 상금)을 모두 충족한 선수가 1순위, 10년 이상 연속 활동한 선수가 2순위, 25억 상금 받은 선수가 3순위였다는 선발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KLPGA 자료에 따르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한 선수는 54명이다. 그중 내년 시드를 획득한 23명을 제외한 선수 중 이소영, 김지현, 장수연은 1순위 해당자, 서연정은 2순위에 해당해 내년 시드가 각각 주어진 것이다.

비판 여론의 진원지는 내년 시드를 잃은 장하나(33·3H)다. 투어 통산 15승과 통산 상금 57억7049만원을 획득한 장하나가 특별 시드를 받지 못한 게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KLPGA는 2가지 결격 사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10년 연속 활동’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하나는 2015년부터 2017년 중반까지 LPGA투어에서 활약하다 국내로 복귀했다.

두 번째는 경기력이다. 장하나는 2022년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과 잘못된 스윙 교정이 부진 원인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2승을 거둬 상금 순위 3위로 시즌을 마쳤던 장하나는 2022년에 26개 대회에 출전, 17개 대회에서 컷 탈락하면서 상금 순위 80위에 그쳤다. 2023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했다. 28개 대회에 출전해 컷 통과는 딱 두 차례에 그쳤다. 올 시즌은 26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컷 통과가 한 차례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준이 해외 투어 경험이 있는 선수에게 불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KLPGA는 해외 진출이나 국내 복귀를 제한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LPGA 단일 대회 출전도 자격만 충족하면 가능하고, 국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출전이 어려웠던 것은 방송 중계권 문제와 출전 선수 숫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열 KLPGA 회장도 “내년에는 KLPGA 선수들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도록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별 시드 제도의 적용을 놓고 의견이 갈리지만, 제도 취지 자체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단발적인 논란에 매몰돼선 안 된다. 한 사람이 선정되지 못한 걸 빌미로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하는 제도 자체를 폄훼하거나 더 나아가 KLPGA의 위상을 흔드는 행위는 자제되어야 한다.

장하나가 KLPGA투어의 발전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탈락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그렇다고 그 일을 확대 재생산 하는 것은 장하나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이번 일을 계기로 최근 부활 조짐을 보이는 전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하루빨리 재기에 성공하길 바란다.

아울러 KLPGA가 어렵게 도입한 ‘특별 시드 제도’가 울창한 숲으로 잘 가꿔져 30대 중후반의 나이에도 젊은 선수들과 여전히 우승 경쟁력을 펼치고 있는 ‘제2의 박주영, 안송이’를 탄생시키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