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3’ 공백·내부 동요 속 휘몰아치는 與… 검찰 ‘시계 제로’

입력 2025-11-13 18:53 수정 2025-11-13 18:58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수장이 동시에 비어 있는 초유의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 사퇴로 초유의 지휘부 공백 상태를 맞게 된 검찰의 앞날은 ‘시계 제로’다. 검찰은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으로 촉발된 검찰 내 동요를 채 추스르기도 전에 정부·여당의 ‘강공 모드’에 맞닥뜨리게 됐다.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혁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태로 검찰이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사의를 표명한 노 대행은 이날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검 부장 중 서열상 선임인 차순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의 직무를 대신하게 됐다. 사실상 이날부터 ‘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한 셈이다.

아직 대검 수뇌부에서는 구체적인 사태 수습 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검에서는 전날 노 대행 사퇴나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검찰 내 동요와 관련해 이렇다 할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한 대검 간부는 “대행 체제에서 업무나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며 “일단 노 대행 퇴임식 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행 퇴임식은 14일 대검에서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당장 동요한 조직을 추스르는 것이 급선무지만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 서울중앙지검장 공석이라는 초유의 리더십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서 사태 수습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으로 규정한 대통령실과 여당이 현재 검찰의 리더십 공백 상태를 ‘검찰 길들이기’ 작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검사 파면법’까지 꺼내들며 검찰 압박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여당이 키를 쥐고 있는 검찰개혁 논의 과정에서 검찰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검찰 내 반발 목소리도 여전하다. 박영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당연히 항소해야 할 대형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대검, 서울중앙지검 수뇌부가 합작해 항소를 포기하게 한 의사결정과정의 진상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 이진수 차관, 노만석 대검 차장,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서로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구성원들이 원했던 것은 단순히 수뇌부 한두 명이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 나왔고, 이를 방지할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노 대행이 왜 법무부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경위를 공개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정작 노 대행도 법무부도 아무도 이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한주 박재현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