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9월 모평’보다는 약간 쉬웠지만 독서 어려워 변별력 높아

입력 2025-11-13 18:42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불수능’과 ‘킬러문항’ 논란을 피하면서 변별력을 잃지 않으려는 최근 출제 기조가 유지된 시험이란 평가가 나온다. 입시 전문가들은 국어와 수학의 경우 지난해 수능과 유사한 수준이란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국어·수학은 원점수 만점자에게 주어지는 표준점수(표준점수 최고점)가 130점대 후반에서 140점 사이에서 형성됐다. 대단히 까다롭지도 만만한 시험도 아닌 적정 난이도였다는 평가였다. 다만 수험생의 체감 난도나 실제 성적은 다를 수 있다. 올해는 ‘황금돼지띠’(2007년생) 여파로 수험생이 3만명 늘었고,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n수생’도 적지 않게 유입됐기 때문이다.

국어, 독서에서 변별력 확보

13일 EBS 교사단과 입시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국어는 지난해 수능과 유사하고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는 약간 쉬웠다. 지난해 수능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 지난 9월 모의평가의 경우 143점이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진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까지 치솟아 ‘불국어’ 논란을 빚었던 2024학년도나 134점까지 떨어져 변별력 하락을 가져왔던 2023학년도와 달리 올해는 상위권 변별력을 잃지 않았다는 얘기다.

출제 당국은 주로 독서 파트에서 변별력 확보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고난도 문항으로 독서 8·12번, 문학 34번, 화법과 작문 40번·언어와 매체 36번 문항 등이 꼽혔다. 특히 열팽창과 관련한 과학지문이 사용된 독서 12번이 가장 까다로운 문항으로 지목됐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문에 제시된 선형 열팽창 계수, 곡률, 곡률 반지름, 휨 민감도, 최대 이동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변별도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과학 시험이 아니라 국어 시험이므로 지문과 선지 안에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정보와 단서가 제시됐으나 과학 배경지식이 있는 자연계에게 다소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전반적으로 독서 지문이 까다로웠다. 8번(사회·법), 15번(인문·철학), 17번(인문·철학) 등도 고난도 문항”이라며 “전반적으로 쉬운 시험이 아니었다. 어렵게 느낀 수험생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비슷’ ‘약간 어려워’ 평가 갈려


수학은 지난해 수능이나 지난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가 주류였다. 지난해 수능과 지난 9월 모의평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똑같이 140점이었다. 올해 수능도 140점 안팎이란 설명이다. 다만 입시 업체별로 난이도 평가는 조금 엇갈렸다. EBS 교사단과 메가스터디교육과 유웨이 등은 ‘비슷하다’였지만, 종로학원과 이투스에듀는 약간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고난도 문항으로는 공통과목에서 함수추론 21번, 지수·로그함수 22번 문항, 선택과목에선 확률과 통계 28번 문항, 미적분 30번 문항, 기하 30번 문항이 꼽혔다. 함수 추론과 지수·로그함수 유형의 21번, 22번 문항은 다른 평이한 수준의 공통과목 문항들에 비해 유달리 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입시 업계에서는 눈에 띄는 킬러문항이 없었기 때문에 시간 안배와 실수를 줄인 수업생에게 고득점이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공통 과목에서 난이도 격차가 좀 있는 편이라 풀이 시간이 관건이 됐을 것이다. 포기할 문제에 계속 매딜란 학생에게는 어려운 시험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 “1등급은 6% 안팎”

절대평가인 영어는 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에 난항을 겪고 있는 영역이다. 영어 1등급 비율은 2024학년도 수능 4.7%, 지난해 수능 6.2%, 지난 6월 모의평가 19.1%, 9월 모의평가 4.5%였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난이도 변동이 너무 크다는 불만이 있었다.

EBS 교사단은 킬러문항으로 꼽을 문항은 없었지만 빈칸 추론 등에서 까다로웠다고 분석했다.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봤다. 6% 안팎이란 것이다. 고난도 문항으론 임마누엘 칸트의 법 관념이 담긴 34번 빈칸 추론 문항을 꼽았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이정헌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