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이 43일째인 12일(현지시간) 밤 해제됐다.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으로 기록된 셧다운 사태는 막을 내렸지만 건강보험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여부에 대한 의회 표결 등 산적한 과제들이 남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장기화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미 연방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상원에서 넘어온 단기 지출법안(임시예산안) 수정안을 찬성 222표, 반대 209표로 가결 처리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늦게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올라온 임시예산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으로 기록된 셧다운 사태는 종료됐다. 종전 최장 기록은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18년 12월 22일부터 이듬해 1월 25일까지 이어진 35일이다. 이번 셧다운은 종전 기록보다 8일이나 길었다. 백악관은 연방 공무원들에게 “13일 업무에 복귀하라”고 지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시예산안에 서명한 뒤 “멋진 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그들은 2만편 이상의 항공편을 결항·지연시켰고, 100만명 이상의 공무원을 무급 상태에 빠뜨렸으며 지원이 필요한 수많은 미국인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요구하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임시예산안 통과를 저지했다. 결국 당내 중도파 의원 7명과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1명이 당론을 이탈하면서 필리버스터는 중단됐고, 임시예산안은 지난 10일 상원 의결정족수인 찬성 60표(반대 40표)로 가결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임시예산안은 내년 1월 30일까지 연방정부 자금을 임시로 복원하는 법안이다. 그전까지 공화당과 민주당은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 1일~2026년 9월 30일) 예산안을 협상하고 표결을 마쳐야 한다. 다만 농무부·식품의약국·재향군인부 예산, 군용 건설 사업, 의회 자체 예산은 임시예산안 효력 만료 시한보다 긴 1년 기한으로 처리됐다.
연방정부 업무는 재개됐지만 풀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민주당 중도파와 공화당이 합의한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안 표결은 양당 대립을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했을 뿐”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12월 둘째 주까지 표결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다만 양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인 만큼 통과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말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이 종료돼 보험료가 인상되면 내년 중간선거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오바마케어 폐지를 주장하는 만큼 공화당은 보조금을 연장하지 않는 대신 건강보험 개혁안을 제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임시예산안에 서명한 뒤 오바마케어에 대해 “갱단과 교도소·정신병원 출신 불법 체류자들에게 1조5000억 달러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셧다운을 불러왔다. (내년) 중간선거를 포함한 다른 선거에서 그들이 한 일을 잊지 말라”고 유권자들에게 당부했다.
김철오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