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국가의 부랑인 단속 지침이 발령된 1975년 이전에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3일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쟁점은 1975년 이전 강제 수용된 기간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였다. 형제복지원은 1960~1992년 부산 지역에서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사람들을 강제 수용한 사건이다. 강제노역과 가혹행위로 6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인가 육아시설로 설립된 형제복지원은 1975년 내무부 훈령에 따라 부산시와 위탁계약을 맺고 확대 개편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형제복지원을 ‘국가폭력에 따른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정하고 국가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원심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내무부 훈령이 발령되기 전에는 단속, 강제 수용에 국가가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기간을 위자료 산정에서 제외했다.
대법원은 국가가 1950년대부터 부랑인을 단속하고 보호시설에 보내는 조치를 해왔고 이런 기조가 훈령 제정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1970년에만 5200명이 단속됐고, 귀가 조치된 2956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호시설에 수용됐다. 부산시도 1974년까지 여러 차례 부랑인 일제 단속을 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에 비춰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것은 국가의 부랑아 정책과 그 집행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