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t 트럭, 부천 시장 통로 150m 질주… 20명 덮쳐 2명 사망

입력 2025-11-13 18:44 수정 2025-11-13 22:34
트럭 한 대가 13일 경기도 부천의 한 전통시장으로 돌진, 매대 등에 부딪혀 앞부분이 파손된 채 서 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는 등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페달 오조작을 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경기도 부천의 한 전통시장에서 트럭 돌진 사고로 2명이 숨지는 등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급발진이 아닌 페달 오조작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부천 오정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60대 A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54분쯤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1t 트럭으로 돌진 사고를 내 2명을 숨지게 하고 18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가 몰던 트럭은 28m 후진을 했다가 150m 직진을 하면서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70대 여성 2명은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부상자 18명 중 3명은 긴급환자(의식장애), 6명은 응급환자, 9명은 비응급환자로 각각 분류돼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경찰이 사고 이후 A씨의 소변을 채취해 확인한 결과에서 음주 수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마약류 간이 시약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경찰은 페달 오조작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에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미 현장 CCTV를 통해서는 정차 중이던 트럭이 급가속하며 출발하는 장면을 확보했다. 반면 사고 당시 트럭의 브레이크등이 들어오는 장면은 CCTV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사고가 발생한 시장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좌판에 꺼내놓은 상품들은 트럭 바퀴에 눌리거나 망가진 채 폭이 3~4m에 불과한 시장 통행로에 마구 나뒹굴었다. 이곳을 지나가는 시민들 발소리에서는 유리조각 깨지는 소리가 났다. 사고를 직접 지켜본 시민과 상인들은 매우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상인은 엉망이 된 매대와 점포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인 B씨는 “후진하며 주차하던 트럭이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면서 돌진했다”며 “순식간에 사고가 벌어졌다. 트럭이 매대와 사람들을 치면서 마구 달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상인 C씨는 “A씨가 시장 초입에 있는 자신의 가게에 물건을 내리려고 주차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트럭에 치인 누구 하나 피할 겨를 없이 사고가 났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조치를 마무리하는 즉시 사고기록장치(EDR) 분석과 A씨 조사 등을 통해 명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라며 “추가 조사 등을 거쳐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부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