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대잠초계기 추락은 훈련 부족·장비 노후 탓”

입력 2025-11-13 18:50
지난 5월 30일 경북 포항시 동해면 해군 초계기 추락 현장에서 해군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해군 대잠초계기 P-3C의 추락 사고는 훈련 부족과 장비 한계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종사 훈련 체계 미비와 기체 장비의 노후화가 사고를 촉발한 배경으로 지목됐다.

해군은 13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인력 부족과 훈련 기회 부족, 비행 기량 관리 미흡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해군 설명을 재구성하면 사고기는 이륙 직후 상승 단계에선 속도와 고도가 모두 정상 범위였다. 하지만 상승 선회 단계에 들어서면서 속도가 줄고 고도 상승이 둔화됐으며 받음각이 과도하게 커졌다. 이로 인해 기체는 실속 상태에 빠졌고, 결국 포항기지 활주로 끝단에서 남동쪽으로 약 1.6㎞ 떨어진 해상에 추락했다. 실속은 항공기의 양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비행 불능 상태를 의미한다. 이 사고로 조종사 박진우 중령, 부조종사 이태훈 소령, 승무원 윤동규·강신원 상사 등 탑승자 4명 전원이 순직했다. 해군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실속 진입 후 회복 실패”라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명백한 구조적 문제점도 발견됐다. 해군은 비행 교범에 명시된 실속 회복훈련과 조종 불능 회복훈련이 시행되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 또 사고기에 실속 경보장치가 장착돼 있지 않았으며, 받음각 지시계 역시 조종사가 즉시 확인하기 어려운 위치에 설치돼 있었다. 엔진 점검에서 이물질로 인한 손상도 발견됐다. 해군 관계자는 “이 손상이 조종사의 주의력을 분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행 승무원 훈련 강화, 엔진 연소실 점검 주기 단축, 받음각 지시계 위치 개선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고기종은 대잠수함 작전과 해상 정찰 임무에 투입되는 주력 초계기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