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풍경이 된 베토벤 9번 ‘합창’… 정명훈, 츠베덴 선택은 ?

입력 2025-11-15 00:08 수정 2025-11-15 00:08
지난 2023년 정명훈의 지휘로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가 롯데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하 합창 교향곡)은 서양 음악사에서도 손꼽히는 걸작이다. 베토벤은 클래식의 대표 장르인 교향곡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특히 교향곡에 처음으로 성악을 도입한 합창 교향곡은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원래 작품 제목은 없었지만 4악장에 독창과 합창이 등장하면서 ‘합창’이란 별칭이 붙었다. 노랫말은 자유와 희망, 인류애의 메시지를 담은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에서 가져왔다.

초연의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합창 교향곡은 베토벤(1770~1827) 생전에 자주 연주되지 못했다. 작품 규모가 커서 인원이 많이 필요한 데다 곡의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토벤 사후 후배 음악가들의 높은 평가 속에 연주 횟수가 점차 늘었다. 20세기 이후에는 세계 곳곳에서 상징성이 큰 기념행사의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 공연이나 2010년 유럽 연합 창설 주창 60주년 기념 음악회 등 일일이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연말에 합창 교향곡이 처음 연주된 것은 1차 세계대전 종전 두 달 뒤인 1918년 12월 31일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열린 공연이다. 지금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를 제외하고 유럽과 미국의 오케스트라들이 연말에 합창 교향곡을 정기적으로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일본에서 매년 연말에 전국적으로 합창 교향곡 연주가 열린다.

한국에서 합창 교향곡 초연은 1948년 11월 서울교향악단 창단 1주년 기념공연이었다. 대규모 출연 인원을 편성해야 하는 탓에 드물게 연주되다가 2000년대 들어 무대에 오르는 횟수가 늘어났다. 특히 정명훈이 이끌던 서울시향이 연말 ‘합창 9번’ 붐을 일으켰다. 서울시향은 2008년 12월 합창 교향곡을 선보여 폭발적 인기를 얻은 이후 매년 12월 무대에 올리고 있다. 다른 오케스트라들 역시 앞다퉈 연말 레퍼토리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연말에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계절에 올리는 오케스트라도 나오고 있다.

올해 역시 합창 교향곡 공연이 12월에 집중된 가운데 11월부터 슬슬 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첫 주자는 오는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정명훈 지휘로 무대에 오르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다. 2017년 창단된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남북 교류와 평화를 목적으로 국내 주요 교향악단 전·현직 단원과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소프라노 박소영,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황준호, 바리톤 사무엘 윤 등이 솔리스트로 나서며 국립합창단과 안양시립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어 24일에는 장윤성 지휘의 SNU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롯데콘서트홀에서 합창 교향곡을 연주한다. 서울대 음대 교수와 학생, 교내 합창단이 참여하는 이 공연은 서울대 관악 캠퍼스 이전과 종합대학 출범 50주년을 기념한다.

12월 들어서는 기념공연이 잇따른다. 먼저 5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최수열 지휘의 코리아 챔버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른다. 솔리스트와 합창단은 한일 양국 출신으로 구성됐다. 소프라노 니시오 마이코, 메조소프라노 타니구치 무츠미, 테너 하세훈, 베이스 안대현 등이 출연한다. 양국의 합창 애호가 90명으로 구성된 합동합창단도 참여한다.

서울시향은 18~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의 지휘로 합창 교향곡 열풍을 올해도 이어간다. 소프라노 서선영,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김우경, 베이스 심기환 등 솔리스트와 고양시립합창단과 성남시립합창단이 무대에 오른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은 24일 고양아람누리,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8일 세종예술의전당,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합창 교향곡을 선보인다. 소프라노 최지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손지훈, 바리톤 김기훈 등의 솔리스트와 함께 고양시립합창단과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출연한다. 이외에도 16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여자경이 지휘하는 대전시향 공연, 23일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서진의 지휘로 부천필의 무대가 예정돼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