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컨토셔니스트 “한국은 제게 집 같은 곳”

입력 2025-11-15 00:07 수정 2025-11-15 00:07
태양의 서커스 ‘쿠자’에서 몽골 출신 컨토셔니스트 닌진 알탄호야크와 두 명의 컨토셔니스트가 고난도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알탄호야크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지낸 경험 덕에 한국어에 능숙한 편이다. 마스트 인터내셔널 제공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그룹 태양의 서커스는 2007년 첫 내한공연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고 있다. 올해는 부산 공연에 이어 서울에서 ‘쿠자’를 선보이고 있다. 12월 28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되는 ‘쿠자’는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 무대다. 총 54명이 무대에 올라 다양한 곡예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 가운데 세 명의 아티스트가 펼치는 ‘컨토션’(contortion, 연체 곡예)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듯이 몸을 뒤틀거나 젖히는 극도의 유연성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컨토셔니스트 가운데 한 명인 몽골 출신의 닌진 알탄호야크(30·사진)는 지난달 열린 프레스콜에서 능숙한 한국어 실력을 보여 관심을 모았다. 그는 국방무관(외교관 신분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15살 때 서울에서 1년 생활했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잠실 빅탑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로 다시 만난 알탄호야크는 “한국에 살 때 학교에 다니기도 했지만, 한국어는 주로 드라마와 예능으로 익혔다”고 했다. 그는 “내가 5살 때 귀에 난 혹을 한국에서 치료받고 완치됐다. 당시 몽골과 중국에서 치료할 수 없어서 한국에 왔었다. 여러모로 한국은 내 삶과 깊이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쿠자’의 첫 내한 공연에도 출연했던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집에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서 “한국에서 사귄 친구들과는 계속 연락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친구들이 공연을 보러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원래 ‘뒤틀기’라는 뜻의 컨토션은 몸을 비틀거나 꼬아서 일반적으로 사람이 취할 수 없는 동작을 완성하는 곡예다. 극한의 유연성을 요구하는 장르로, 중국과 몽골에서 전통 곡예의 하나로 발달했다. 알탄호야크 역시 5살 때부터 컨토션을 배웠다.

“러시아에서 아이들에게 리듬체조를 가르치고 한국에서는 태권도를 가르치듯, 몽골에선 컨토션을 가르칩니다. 저는 4살 때 TV에서 컨토션을 보고 사랑에 빠졌어요. 엄마한테 배우고 싶다고 졸라서 이듬해부터 학원에서 본격적으로 익혔습니다.”

그는 9살 때부터 4년간 아버지를 따라 북한 평양에서 살기도 했다. 외교관 자녀를 위한 러시아 대사관 학교에 다녔는데 그 당시 평양에서 열린 ‘4월의 봄 친선 예술축전’ 서커스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북한은 서커스 강국이지만, 외국인이 배우거나 훈련을 받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는 매일 혼자서 연습해야 했다. 이런 노력 끝에 19살 때 태양의 서커스에 입단할 수 있었다.

“‘쿠자’를 비롯해 태양의 서커스 여러 작품에 출연 중인 컨토셔니스트 대부분이 몽골인이에요. 몽골인은 몸이 가볍고 인내심이 강해 컨토션에 능합니다. 어릴 때부터 태양의 서커스 입단이 제 꿈이었는데, 오디션 영상을 보낸 뒤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합격 연락을 받을 수 있었죠.”

2007년 4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한 ‘쿠자’는 지금까지 전 세계 23개국 70개 도시에서 5000회 넘는 공연을 이어왔다. 알탄호야크는 입단 이후 10년째 ‘쿠자’에 출연하고 있다. 1년 중 11개월을 ‘쿠자’ 투어로 보낸다는 그는 “태양의 서커스 여러 작품에 컨토션이 나오지만 ‘쿠자’에 나오는 게 좀 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훨씬 빠르고 역동적이라 세 퍼포머의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객의 뜨거운 리액션이 공연마다 저와 동료 퍼포머들에게 활력을 준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