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친 김하늘(가명·21)씨는 친구들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를 찾았다. 대학 입시에서 해방된 기분에 들떠 있던 그는 “청년 가치관 설문조사에 잠시만 응해 달라”는 말을 듣고 참여했다. 신앙과 인생관에 관한 문항이었다.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면 추첨으로 커피 교환권을 준다는 안내도 있었다.
김씨는 1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상하다고 느껴 인터넷에 확인해보니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모략 포교의 하나였다”며 “검색해보지 않았다면 아무 의심 없이 모임에 나갔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을 마치고 대학 진학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이 여전히 이단·사이비 단체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내년 봄까지 예비 졸업생과 신입 대학생을 겨냥한 포섭 시도가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단·사이비 전문가들은 “이단은 관계 중심 접근으로 신뢰를 쌓기 때문에 초기에 구분이 어렵다”며 “교회가 실질적인 교육과 대응 매뉴얼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단·사이비 단체들의 접근 방식은 해마다 정교해지고 있다. 여수종교문제연구소(소장 신외식 목사)에 따르면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유형으로 ‘청년 가치관 조사’나 ‘MBTI 성격 유형별 검사’ 등을 표방한 거리 설문조사가 꼽혔다.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기재하게 한 뒤 이후 개별 연락을 통해 성경공부 모임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연구소는 “익명으로 이뤄져야 할 설문에서 개인정보를 요구할 경우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료 문화강좌나 교육센터를 가장한 포교도 많다. 손글씨·서예·종이공예 등 취미 강좌를 내세워 신뢰를 쌓은 뒤 성경공부나 교육센터로 자연스럽게 이끄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접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심리 치유’ ‘자기계발 소모임’ 등을 가장해 다이렉트메시지(DM)를 보내고 관심을 보이는 이들을 별도 채팅방으로 유도한 뒤 포교를 이어가는 수법이다.
여수종교문제연구소는 “이단·사이비 단체는 정체를 숨긴 채 관계 형성에 집중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구분이 쉽지 않다”며 “교회와 가정이 수능 이후 수험생을 위한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청소년과 청년 신앙지도를 긴밀히 이어가는 것이 피해를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블백신센터 원장 양형주 대전도안교회 목사는 “캠퍼스 내에서 이것저것 요구하며 다가오는 단체들의 경우 정확히 어떤 단체인지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이 좋다”며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특정 인문학 강의를 다녀왔다든지 무료로 성격검사를 받았다고 한다면 촉각을 곤두세우고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