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젠슨 황 26만개 약속했지만 GPU발 거품 붕괴 경계해야

입력 2025-11-14 01:10 수정 2025-11-14 01:10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개를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정부와 기업은 인공지능(AI) 발전의 전기가 마련됐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을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들이 최근 AI 거품의 진원지로 ‘GPU 발 감가상각 폭탄’을 가리키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GPU는 개당 5000만원이나 하는 고가지만 철도·통신망처럼 10~20년을 사용하는 인프라가 아니다. AI기술 주기가 지나치게 빨라 엔비디아는 제품 출시 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감가상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버·칩 장비의 사용 연한을 3년에서 6년으로 억지로 늘리는 회계 조정을 적용해 왔다. 메타는 이런 방식으로 최근 9개월 순이익이 20억 달러 늘었다. 이는 AI 투자가 기대 만큼 수익을 못 낼 경우 불어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도 ‘GPU 26만 개 공급’을 무조건 반길 일만은 아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장비 교체와 반복 구매가 불가피하다. 이는 AI 투자가 일회성 설비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비용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GPU를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는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금융이 확산하며 GPU가 새로운 ‘안정적 자산’처럼 오해되는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GPU의 잔존 가치는 기술 변화, 전력난, 공급망 변수 등 외부 요인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이러한 금융이 국내에 무비판적으로 유입될 경우 또 다른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엔비디아의 러브콜에 들뜨기보다 감가상각과 반복 투자 부담을 냉정히 봐야 한다. 장비 수명과 인프라 비용까지 따진 철저한 총비용 분석 없이는 지속 가능한 AI 경쟁력을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