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석기 (8) 영주권 문제로 뒤통수… 하나님만 바라보고 정면돌파

입력 2025-11-14 03:03
2011년 갈릴리선교교회 성도들이 ‘틴 챌린저(Teen challenger)’ 회원들을 위해 식사를 마련하고 함께 기도하는 모습.

어느 날 지인 한 명이 찾아와서 영주권 이야기를 꺼냈다. “영주권이 없으면 길에서 잡혀간다”던 그의 말에 겁이 난 우리는 그가 소개한 젊은이를 만났다. 그 젊은이는 우리를 서명하게 하고 이민국에 데리고 가 취업허가증도 받게 해줬다. 우리는 그것이 영주권이라 믿고 안심했다. 그러나 뒤늦게 그것이 모두 사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인도, 그 젊은이도 자취를 감추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신문 광고를 보고 또 다른 회사를 찾았다. 교회의 안수집사가 운영한다는 말에 신뢰가 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속았다. 그는 목회자들만 골라 사기를 치는 사람이었다. 매주 토요일, 나는 웨스턴과 7가 교차로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그를 만났다. 영주권 진행 상황을 묻고 돈을 돌려 달라고 사정했지만, 그는 매번 새로운 거짓말만 늘어놓았다. 3개월 동안 단 한 주도 빠짐없이 만났지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내 마음은 인간에 대한 상처와 분노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가족을 지키지 못하고 고생만 시키고 있다는 자책은 나를 더 옥죄었다. 그날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앉은 채로 주님께 따졌다. “주님, 이것이 저를 이곳에 부르신 이유입니까?” 그러면서도 돈을 돌려받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한참 후 이상한 평안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스쳤다. “그 사람이 바로 너를 변화시키기 위해 하나님이 보내신 도구다.” 그때 마음에 떠오른 말씀이 로마서 8장 28절이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그 순간, 분노가 감사로 바뀌었다. 마음에 힘이 생겼다. 나는 그에게 찾아가 말했다. “돈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걱정하지 말라.” 그러고는 그 자리를 나왔다. 돌아오는 길,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살아온 방식이 늘 편법이었다는 것이다. 사람을 의지하고, 돈으로 해결하려 했던 그동안의 삶의 방식이 드러난 것이었다. 하나님은 바로 그 잘못된 삶의 원리를 바꾸시기 위해 사기꾼들을 내 앞에 두셨다는 걸 알게됐다.

캘리포니아 세리토스에 집을 샀지만 1년도 되지 않아 파산했다. 한국의 재산도 모두 남의 손에 넘어갔다. 아내가 세운 샌드위치 가게도 빚만 남기고 문을 닫았다. 하나님은 내가 의지하던 세상의 모든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거두어 가셨다.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게 하셨다.

나는 결심했다. 정로(正路)로 가겠다고. 이민국에 가서 내 사정을 솔직히 털어놓고 “불법을 행한 나를 추방하신다면 한국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직원이 뜻밖의 말을 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 신청해 보라.” 그날 나는 처음으로 정로의 길이 열리는 경험을 했다.

교회 담임목사님께 모든 과정을 고백하고, 교회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목사님은 흔쾌히 허락하셨다. 유대인 변호사를 통해 신청했지만, 몇 차례 반송과 보완을 거쳐 2년이 걸렸다. 하나님은 그 시간을 통해 나를 다듬고 계셨다.

정리=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