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찮은 환율 급등세, 주가에 도취할 때 아니다

입력 2025-11-13 01:10
국민일보DB

환율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4원 오른 1465.7원에 장을 마감했으나 장중엔 1470원을 찍었다. 1470원대에 오르긴 7개월여 만이다. 특히 지난 7일 1450원, 11일 1460원을 넘은 데 이어 이날 1470원선에 도달하는 등 속도가 가파르다. 조만간 1500원대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환율은 고물가·고금리를 유발해 내수 시장에 타격을 줌에도 정작 정부 대응은 눈에 띄지 않는다. 상황에 비춰 안이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통상 수출이 잘 돼 기업들이 달러를 벌어들이면 환율은 떨어지는데(원화가치 상승)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올들어 9월까지 경상수지는 827억7000만 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지만 환율은 우상향 중이다. 그래서 우리 경제가 고환율 뉴노멀 시대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들어온 달러를 웃도는 서학개미의 탈출, 수출기업의 달러 재투자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의 코스피 매도가 8조원에 달하고 국채금리도 대폭 뛰고 있다. 관세협상 후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외화 유통의 우려, 시중에 뿌려진 막대한 유동성 등이 이유로 꼽힌다.

지금을 제2의 외환위기로 보는 건 무리지만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신호인 건 틀림없다. 특히 일시적 급등이 아닌 수개월째 이어지는 환율 상승이기에 정부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이날 “(환율 추세를)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고만 했을 뿐 환율 위험 시 취하던 흔한 구두개입이나 각종 회의도 보기 힘들다. 일각에선 정부가 코스피 상승 분위기에 도취돼 고환율 경고음을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자산 인플레는 물가, 금리에 영향을 줘 사회 양극화를 부채질하게 된다.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경제 비전을 통해 대내외 신뢰를 줘야 자산의 거품을 방지하고 건전한 실물·자본시장 성장이 가능하다. 환율 안정 대책을 서두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