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불신’이 키운 사법개혁… ‘방탄·위헌’ 논란은 숙제

입력 2025-11-15 00:08 수정 2025-11-15 00:09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과제가 최소 10대 과제로 늘어났다. 정청래 당대표 취임 직후 가동됐던 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대법관 증원 등 5대 과제를 제시했고, 이와 별개로 당 지도부는 재판소원과 법왜곡죄 입법을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당 사법불신 극복 및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법원행정처 폐지 등 3대 과제를 추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개혁 완수 시점을 ‘연내’라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민주당은 다음 달 초 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한 뒤 본격적인 입법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차지하고 있는 데다 과반 이상 의석까지 확보하고 있어서 기술적으로는 모두 여당 의지대로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방탄 논란’과 ‘위헌 논란’은 여당이 풀어야 할 난도 높은 과제로 꼽힌다. 특히 재판소원이나 법왜곡죄의 경우 야당이 ‘이재명 대통령 방탄 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소원이나 법원행정처 폐지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안 강행 처리 과정에서 방탄 논란과 위헌 논란을 매끄럽게 잠재우지 못할 경우 중도층 여론이 돌아서며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조희대·지귀연 ‘불신’이 동력


여당은 검찰청 폐지 이후 사법부를 개혁 대상으로 지목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법원이 이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을 여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국회에서 조 대법원장 청문회를 강행하는 등 사법개혁의 불씨를 계속 살려 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지귀연 재판부에 대한 강한 불신도 깔려 있다.

여당이 제시한 사법개혁 과제는 대부분 대법원 등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고 외부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여당은 사법부 역시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혁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과 사법부는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고 반발한다. 외부 감시 역시 취지와 달리 정치권 입김이 재판에 반영될 우려도 제기된다.

대법관 증원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당 사법개혁특위는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최종 26명까지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대법관추천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법관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내용도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담았다. 판결문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사법개혁특위에 이어 민주당은 사법 불신 극복 및 사법행정 정상화 TF를 추가로 가동했다. 법관 인사 등 사법행정 전반을 다루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인이 다수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해 행정을 관장케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여기에 퇴직 대법관들이 일정 기간 대법원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게 하는 전관예우 금지와 법관 징계를 실질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TF는 논의 결과에 따라 개혁 과제가 더 추가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방탄·위헌·사법독립 훼손 반발도

당 지도부는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법왜곡죄(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을 겨냥한 다른 과제들과 달리 재판소원과 법왜곡죄는 이 대통령과 측근이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어 야당이 ‘방탄 입법’으로 지목하고 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을 한 번 더 따져보는 것이다. 야당은 이 대통령과 측근의 사법리스크 해소용 목적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 국감에서 재판소원에 대해 “의도가 뻔하다. 이 대통령과 공범에 대한 안전판을 만드는 것”이라며 “재판 결과가 또 불리하게 나오면 헌재에서 뒤집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필요할 뿐 방탄용 입법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대법원은 헌법소원이 사실상 4심제에 해당하며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또 사건이 폭증하고 소송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재판소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재판 및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조작하면 처벌하는 내용이다. 여당은 대장동 사건과 대북송금 사건에서 검찰이 조작 수사를 벌였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도 “민주당은 조작 기소에 대한 법의 심판도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이에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죄가 신설되면 1호 처벌 대상자는 ‘이 대통령을 수사하거나 재판했던 판검사’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을 건드리면 전부 감옥에 보내버리겠다는 선언이자 반헌법적 협박성 경고”라고 반발했다.

앞서 여당 지도부는 현직 대통령의 형사 사건 재판을 중지시키는 내용의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언급했다가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제동을 걸며 재판중지법 처리는 사실상 보류됐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재판중지법 추진으로 인해 이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는 현상이 포착되기도 했다. 여당 관계자는 “자칫 방탄 프레임이 부각될 경우 대법관 증원 등 오랫동안 논의돼 온 사법개혁 과제들이 묻힐 수 있다”며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