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영화·연극 보고 나누고… 복음 소통의 장에 ‘극’을 더하다

입력 2025-11-15 03:04
지난 7월 대전의 한 교회 성도들이 '더 초즌 패키지'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설교가 언제 끝나나 지루해 하던 일부 청년들도 다음 예배를 기다리더라고요.”

경기도 안산의 다드림교회(이태희 목사) 청년부 회장인 김부경씨는 지난여름 미국 드라마 ‘더 초즌’을 활용해 예배드렸을 당시 청년들의 반응을 이렇게 기억했다. 청년들은 드라마 속 인물의 감정에 몰입했고, 예배 후엔 영상에 대한 소감을 나누며 각자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대화를 이어갔다. 같은 영상 클립을 청소년부 예배에서 틀었던 수원순복음교회(이요한 목사)의 염사론 전도사도 “영상에 담긴 실제적인 분위기 덕분에 학생들의 집중력 자체가 달라졌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예배 현장에서 문화 콘텐츠를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예배하는 방식은 단순한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다음세대와 비기독교인에게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언어의 전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사례 중 하나가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인기시리즈 ‘더 초즌’을 기반으로 한 ‘더 초즌 패키지’다. 전 세계 2억8000여만명이 시청한 이 드라마는 예수님의 삶과 사역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더 초즌의 한국지부는 시즌별로 5분가량의 영상 클립과 설교 자료, 소그룹 나눔지 등을 제작해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무료로 배포했다. 한국지부 담당자인 박요한 목사는 “‘더 초즌’은 사역자 입장에서 시즌마다 깊은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는 작품”이라며 “예수님에 대한 시청각 자료가 부족한 한국교회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처음 배포된 크리스마스 특별 영상은 1000여개 교회에서 활용됐다. 지난여름 더 초즌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상 자료를 공유했을 당시엔 430여개 교회가 참여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국지부는 지역교회 사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모든 자료를 교회 상황에 맞춰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지난 6월 인천의 또 다른 교회 수련회에서 '카르디아'의 연극이 공연되는 장면.

2016년 설립된 드라마 사역단체인 ‘카르디아’는 연극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드라마 사역자를 양성하며 예배자로 세우는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드라마 워십’이라는 예배 형식을 통해 성경의 장면을 극으로 구성해 무대 위에서 상연하고, 그 장면과 연결된 메시지를 설교로 나눈 뒤 찬양과 기도로 이어지도록 인도한다. 지난 9일엔 경북 상주의 서문교회(배혜광 목사)에서 이런 예배를 드렸다. 교회뿐 아니라 수련회, 학교 등 다양한 현장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전임 간사 3명과 연기자 등 8~9명이 한 팀을 이루어 활동 중이다.

카르디아의 대표작 ‘사흘길’은 가장 소중한 아들을 제단에 바치라는 시험에 빠진 아브라함의 믿음을 다룬 작품으로 초등학생부터 장년층까지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김사련 대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성경 본문을 드라마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관객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감정과 메시지를 함께 경험하며 말씀에 몰입하게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한 교회에서 드라마 예배를 마친 뒤 목격한 장면을 통해 연극이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예배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장난꾸러기 남자아이가 예배가 끝난 뒤 ‘나의 이삭, 너의 이삭을 바쳐라’는 가사를 흥얼거리면서 식당에 들어와 저희 팀에게 인사하더라고요. 아이가 그 가사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본 장면과 찬양을 기억하고 입술로 고백하는 모습에서 드라마의 힘을 새삼 느꼈습니다.”

'케어코너즈'의 필름 앤 메시지 예배에서 영상을 보며 웃음 짓는 성도들.

이보람 목사가 이끄는 ‘케어코너즈’는 기독교 영화를 제작하고 교회를 찾아가 영화를 상영하고 말씀과 기도를 함께 나누는 ‘필름 앤 메시지’ 예배를 드리고 있다. 지난여름부터 9월까지 전국 교회를 순회하며 이런 찾아가는 영화예배를 진행했고, 공간을 대여해 자체 영화 상영 예배도 개최했다. 예배에 참여한 성도들은 “설교와 또 다른 울림이 있었다” “영화 속 장면을 통해 저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회개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공감했다.

케어코너즈는 단순한 문화 소비가 아닌, 복음을 오늘날의 언어로 풀어내기 위한 도구로 영화를 활용하고 있다. 이 목사는 “예수님께서 당시 시대에 맞는 비유로 말씀하셨듯 요즘 세대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인 영상으로 복음을 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콜링’, ‘컨피던스’ 등 기독교 메시지를 담은 장편 영화들을 제작했고, 이달 초부터는 신작 ‘월드뷰’ 제작에 돌입했다. 이 작품은 AI의 편리함에 익숙한 세대가 성경적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도전을 그린 내용으로 현대 사회 속 신앙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한다.

다만 드라마와 영화 같은 문화 콘텐츠가 전달력이 높은 만큼 대중에 소개할 때는 말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문화적 접근이 복음의 본질을 왜곡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목사는 “기독교 영화를 제작하고 이를 가지고 예배드리는 것은 즐거운 기독교 문화를 소비하기 위함이 아니다”며 “사역자들은 문화를 이용한 예배를 단순한 문화 행사나 오락거리로 소비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사역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도 필요하다”고 했다.

사진=각 단체 제공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