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고통받던 한국 하늘이 맑아졌다. 올해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가 옅어졌고, 2023년 대비 미세먼지 관련 경보 발령 횟수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 미세먼지의 유입 감소와 잦아진 비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11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전국 초미세먼지(황사 영향 제외) 평균 농도는 15.6㎍/㎥(1㎍=100만분의 1g)로 집계됐다. 이는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15.5㎍/㎥)과 비슷한 수준이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악이라고 평가된 2019년(23.1㎍/㎥)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와 올해는 2019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 발령 횟수도 올해와 지난해가 73회로 동일했다. 2023년(219회)과 비교하면 대폭 감소한 수치다. 기후부 관계자는 “올해 초미세먼지뿐 아니라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도 많이 줄어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미세먼지가 줄어든 가장 큰 요인으로는 중국을 포함한 국외 지역의 유입량 감소가 꼽힌다. 중국의 경제 중심지이자 수도권인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77㎍/㎥에서 지난해 42.2㎍/㎥로, 상하이 등 장강삼각주 지역의 농도는 같은 기간 53㎍/㎥에서 33㎍/㎥로 크게 감소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2010년대 중반 이후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이로 인해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가 많이 줄어들었고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비가 전국적으로 많이 내린 점도 초미세먼지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일반적으로 비가 많이 오면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가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한다. 올해 10월엔 가을장마라 불릴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10월 한 달간 186.3㎜의 비가 내린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9㎍/㎥에 불과했다. 반면 2023년 10월의 경우 강수량이 17㎜에 그쳤고 초미세먼지 농도는 15㎍/㎥까지 상승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기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며 “10월은 보통 미세먼지 농도가 안 좋을 때인데 비가 좀 많이 왔던 것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 등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도 맑은 하늘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이후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4·5등급 노후 경유차 대수는 전국적으로 약 125만7000대에서 약 88만대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기차는 약 57만대에서 약 90만3000대로 늘었다.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등을 시행하며 경유차를 통제하는 정책이 맑은 공기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