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노원구에는 ‘강남 투기 대 노원 정비사업, 같은 잣대로 재단하지 마라’ ‘강남 잡으려다 노원이 무너진다’ 등이 적힌 현수막 200여장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이었다. 10·15 대책에 반발하는 주민 일부가 내건 현수막은 이틀 만에 모두 철거됐다.
노원구에서 이 같은 현수막이 등장했던 까닭은 재개발 추진에 10·15 대책이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다. 소형 평형으로 이뤄진 단지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은 사업성이 낮아 재개발·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서울시가 강북 지역 재개발·재건축에 적극 나서며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간 시점에 10·15 대책으로 제동이 걸린 셈이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으로 지정한 10·15 대책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한강벨트’ 중심의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를 제어하고 풍선효과를 차단하려는 고육지책이었으나 노원구에서처럼 재개발·재건축 추진을 시작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15 대책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 하락 등의 제약이 생겨서다.
현수막을 내건 노원미래도시정비사업추진단은 규제 완화를 호소하는 진정서에 서명을 받는 작업도 하고 있다. 진정서에는 “갑작스럽게 발표된 10·15 대책으로 강남·강북 간 불균형을 해소하려던 움직임은 위축되고, 타 지역에 비해 사업성이 높지 않은 노도강의 정비사업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도강 지역이 강남 3구와 같은 강도의 규제를 받는 게 불공평하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은 0.58%였으나 노원(0.24%), 도봉(0.05%), 강북(0.08%)은 서울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규제 대상 지역 지정 기준과도 무관치 않은 셈이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정부가 9월 집값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해 서울 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노도강 지역까지 규제지역으로 묶인 것에 대한 지적도 계속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강북 지역은 재개발·재건축 추진에 추가 분담금이 매우 중요하다. 분담금이 부담되는 원주민은 엑시트를 해야 사업이 추진되는데 이 길이 막힌 것”이라며 “이들의 주장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부가 주거 공급을 원활히 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면 일률적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조금 더 고민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며 “강북 지역 개발사업 진척을 위해서는 공공이 더 나설 필요가 있다. 인센티브, 공공기여 등의 기준을 달리하거나 정비사업 설명회를 더 적극 진행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