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카톡에 피로감 90%”… 그래도 대항마 없는 메신저 시장

입력 2025-11-12 00:22

15년 만의 대개편 이후 카카오톡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됐지만 애플리케이션 이용률은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메신저인 ‘라인’이나 ‘텔레그램’도 별다른 반사이익을 보지 못한 채 기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바뀐 카카오톡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압도적인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편의성 등에 실제 앱 이탈로는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앱 트래픽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카카오톡의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일 안드로이드 기준 DAU(2549만명)는 지난달 9일(2530만명) 수치와 거의 차이가 없다.

라인과 텔레그램 DAU도 변화가 없다. 같은 기간 텔레그램은 79만명에서 81만명으로 소폭 올랐고, 라인은 33만명에서 32만명으로 감소했다. 네이트온은 ‘메신저 본연의 기능 집중’을 내세우며 쇄신에 나섰지만 3만5000명에서 3만8000명으로 3000명가량 느는 데 그쳤다.


이는 카카오톡 개편 직후의 반감 여론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9월 카카오톡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 같은 피드 형태로 바꾸고 숏폼 기능을 추가하는 등 개편에 나섰지만, 이용자들의 큰 원성을 불렀다.

실제 한국언론재단이 20~60대 카카오톡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실시해 이날 공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후 버전 이용자의 90.1%가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소식까지 보게 돼 피로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내 활동이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노출될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답변도 90.9%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이탈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로는 우선 메신저의 ‘양방향성’이 꼽힌다. 직장인 박모(34)씨는 “친목 용도뿐 아니라 업무용으로도 매일 카카오톡을 쓰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다른 앱으로 이동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라인이나 텔레그램이 아직 국내에서 통용되기에는 생소한 앱이라는 점도 있다. 라인은 한국보다는 일본,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 등에 특화된 메신저다. 보안성을 강조하는 텔레그램의 경우 복잡한 메뉴 구조와 범죄에 악용된다는 이미지 등 탓에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메신저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카카오톡의 위상은 건재한 상황이다. KT 아현지사 화재(2018년)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2022년) 때는 카카오톡 ‘먹통’이 발생하자 일시적으로 라인의 수요가 최대 100만명 늘기도 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먹통 사태 당시에는 카카오톡에만 100%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경각심이 처음으로 나타나며 경쟁사 가입으로 이어졌던 것이라 이번 사례와는 다르다”며 “단순 불편이나 피로감 정도로는 대규모 갈아타기 수요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