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 출신 아메드 알샤라(43) 시리아 임시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시리아 정상이 1946년 건국 이후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수십년간 국제 제재로 고립돼온 시리아가 서방 진영과 협력 관계를 맺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알샤라 임시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2시간가량 트럼프 대통령과 대좌했다. 백악관 도착 장면과 회담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취재진에게 “그(알샤라)는 매우 힘든 과거를 보냈다”며 “우리는 시리아의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시리아와 정상회담 이후 ‘시리아 민간인 보호법(시저법)’에 따른 제재 부과를 18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옛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2019년 제정된 시저법은 시리아와 거래한 제3국 법인·개인을 제재한다. 이를 6개월여 동안 풀어 시리아 재건 사업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시리아 정부도 정상회담을 마친 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탕을 위한 미국 주도 국제 연합체와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알샤라는 2001년 9·11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했던 인물이다. 알카에다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의 외모를 비슷하게 따라 할 정도였다. 이라크 도로변에 미국을 겨냥한 폭탄을 설치했다가 체포돼 2005~2011년 이라크 미군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미국은 2013년 1000만 달러(약 141억원) 현상금을 걸고 그를 지명 수배했다. 이런 알샤라와 트럼프의 정상회담을 두고 외신에선 ‘백악관에서 열린 가장 놀라운 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알샤라는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하고 시리아 4개 반군 조직을 통합했다. 지난해 12월 시리아를 54년간 철권 통치한 알아사드 정권 축출을 주도했고, 지난 1월 임시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후 시리아를 ‘정상 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서유럽부터 러시아까지 진영을 가리지 않고 광폭 행보를 펼쳤다.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선 “위기를 수출하던 나라 시리아가 주변에 안정과 평화, 번영을 가져다주는 국가로 변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알샤라를 초대한 배경에 중동 내 우군을 늘리고 이란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이라크·튀르키예 등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는 중동의 지정학적 요충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