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코스피 상승을 홍보하는 행사를 연달아 개최하면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 초 상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정 이사장은 최근 코스피 상승장에서 상법 개정이 추가 상승 동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열고, 기존 입장도 뒤집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11일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 등 관계자 14명이 참석했다. 거래소는 지난달 30일에도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위한 시장전문가 간담회’ 행사를 열었다.
비슷한 행사가 잇따르자 정 이사장이 홍보성 이벤트에 열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사진 촬영 후 행사장을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날 ‘코스피지수에 대한 거래소 이사장 설레발 경계한다’는 논평에서 “실속 없는 홍보성 행사를 연이어 주최하기보다는 아직도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설득하는 것이 어떻느냐”고 비판했다.
정 이사장은 기존 입장을 뒤집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축사에서 “한국 증시가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따라 상승 여력이 여전히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정부는 올해 두 차례 상법 개정을 통해서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현 정부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의 핵심인 상법 개정을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반대해왔다. 지난 2월 9일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기껏해야 가족 간 분쟁이 전부인 대다수 법인을 대상으로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면 대표적인 과잉 입법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