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 판단하라” 의견 전달… 수사 지휘냐 의견 교섭이냐

입력 2025-11-11 18:44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대검찰청에 전달한 데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 측은 이를 통상의 의견교섭 과정이라는 입장인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수사지휘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항소 제기 기간 법무부와 대검이 의견을 주고받은 과정이 상세히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장관은 지난 10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대검에서 항소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받았고, (그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의견을 제시했을 뿐 검찰에 지침을 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애초 대검에서 항소 제기가 필요하다고 올라온 보고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반대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고 그에 따라 결론이 뒤집혔다면 이는 통상적인 의견교섭이 아닌 지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수사·공판팀과 대검의 애초 항소 필요 의견이 장관의 의견 전달 이후 뒤집힌 만큼 이는 대검이 장관의 지휘를 수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위법성을 문제 삼을 수 있느냐를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장관의 의견이 노 대행에게 전달됐다면 이를 지휘로 본다 하더라도 장관 권한에 포함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장관의 모든 지휘는 서면을 통하게 돼 있는 만큼 이런 절차를 따르지 않은 점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법무부는 장관의 의견 개진이 아예 지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의사의 교섭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고를 받은 뒤 의문이 있다고 해서 장관이 바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의문이 있는데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무부와 대검이 주고받은 의사 교환 과정이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항소 포기 결정 직전인 7일 밤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 노 대행이 통화한 내용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인은 “강제성이 없는 장관의 의견을 단순히 대검 측에 전달한 것인지, 노 대행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지시가 전달된 것인지가 드러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