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리스크·환율 불안… 내년 수출증가율 0.9% 그칠 듯

입력 2025-11-12 00:30
국민일보DB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환율 불안 등 여파로 내년 한국 기업 수출이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수출 주력 업종 중 관세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와 철강의 전망이 어두웠다.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법인세 감면, 투자 공제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중 10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2026년 수출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내년도 수출이 올해 대비 0.9%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올해 1~10월 수출증가율인 2.3% 대비 절반 넘게 줄어든 수치다.

업종별로 보면 선박(5.0%), 전기 전자(3.1%), 일반 기계(2.3%) 등 6개 업종은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미국의 고율 관세 등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자동차와 철강 업종은 각각 3.5%, 2.3%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 부품(-1.3%)과 석유제품(-1.4%) 역시 올해 대비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내년에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본 기업들은 글로벌 업황 개선에 따른 수요 증가(33.7%)와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한 판로 확대(22.8%)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수출 감소를 전망한 기업들은 ‘관세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가’(67.3%)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밖에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 부진’(8.6%), ‘중국발 세계시장 공급과잉’(8.6%), ‘미·중 무역갈등 심화’(8.6%)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수출 채산성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응답 기업의 77.3%가 내년 수출 채산성이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봤다. 악화 전망은 18.0%, 개선은 4.7%였다. 채산성이란 수출을 통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수준이다. 채산성이 좋으면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기업의 이익은 증가한다. 기업이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환율은 평균 1375원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리스크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53.3%)’을 들었다. 지난 4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 이후 수출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어 ‘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 불안정’(17.3%), ‘미·중 무역갈등 심화’(16.7%) 등이 주요 리스크로 꼽혔다.

기업들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 지원 확대와 통상협정을 통한 관세 부담 완화 등이 거론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의 최대 현안이었던 한·미 관세 협상이 일단 타결됐으나 기업들은 여전히 통상 불확실성을 체감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통상환경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세제 지원 및 외환시장 안정 등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