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이 마셨던 것으로 보이는 ‘소분자수’ 페트병 300개가량이 인천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소분자수는 북한 매체가 몸에 좋다고 선전해 온 물로, 북한 당국이 최근 특정 목적을 위해 대량 배급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11일 “지난주 백령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수거하던 중 10분 만에 소분자수 페트병 30개를 발견했다”며 “3일 하루 동안 주운 소분자수 페트병이 300개”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서해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는 일명 ‘쓰교수’로 알려져 있다. 지난 6년간 한 종류의 쓰레기가 10개 이상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소분자수는 북한이 ‘건강수’라며 홍보한 자체 개발품이다. ‘분자 수가 일반 물보다 작게 뭉쳐 있는 물’을 의미한다. 과학적인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선전 매체 ‘메아리’를 통해 2020년 조선양흥무역회사에서 소분자수 제조기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매체는 소분자수를 하루 2ℓ 정도 마시면 핏속 농도를 개선하고, 이뇨작용을 도와 독소를 빼는 등 건강에 좋다고 홍보했다.
이번에 발견된 페트병은 평양에 있는 5개 공장에서 대부분 지난달 생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당국이 의도적으로 평양 주민을 위해 단기간에 소분자수를 대거 찍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평양에 거주했던 탈북민에 따르면 북한에선 10월에 종종 야유회가 열리는데, 당국이 이를 위해 페트병을 대량 생산·배급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열악한 상하수도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대량 물 배급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가 퍼졌을 때도 소독제로 쓰이는 ‘고체 이산화염소’를 일시적으로 대량 생산했었다.
페트병은 대북제재 품목 대상인 나프타를 활용해 제작된다. 북한의 나프타 등 정제유 수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따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다. 강 교수는 “최근 북한이 (러시아, 중국 등) 일부 국가와 교역을 확대하면서 원료가 공급돼 다량의 페트병을 생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