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CEO 나왔다” 현대차, 글로벌 현지화로 승부

입력 2025-11-12 00:23

현대자동차가 아시아 핵심 3대 시장(중국·인도·일본)에 모두 현지인 수장을 임명했다. 현지 문화·소비자 성향·정부 규제 등 시장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최종 결정권자로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시장에서 ‘외국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1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BHMC)는 지난 10일 법인장(총경리)에 리펑강 FAW-아우디 부총경리를 선임했다.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그룹의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통상 현대차가 총경리를, 베이징차가 부총경리를 임명했다. 중국인이 총경리를 맡은 건 설립 23년 만에 처음이다. 1980년생인 리펑강은 현장 영업, 수요 관리, 가격·인센티브 설계, 딜러망 구축 등을 두루 거쳤다. 현지 전략형 전기차 일렉시오를 중심으로 한 중국 공략의 키를 잡는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중국인은 애국주의 소비 성향이 강하고, 중국 정부는 인맥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초에는 일본법인 현대모빌리티재팬(HMJ)이 신임 대표로 시메기 토시유키 법인장을 앉혔다. 직전 법인장은 한국인이었다. 자동차 판매에 딜러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는 등 일본 시장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해 현지 공략을 가속화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취임 이후 경형 전기차 인스터(한국명 캐스퍼 일렉트릭)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했고, 내년부턴 넥쏘를 투입해 수소 승용차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근엔 인도법인 최고경영자(CEO)에 타룬 가르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내정했다. 1996년 현대차가 인도에 진출한 이후 첫 인도인 CEO다. 내년 1월에 공식 취임한다. 2019년 인도법인에 합류해 현대차의 철학에도 익숙한 인물이란 평가다. 최근 상장을 마친 인도법인은 약 4500억 루피(약 5조원)를 투자해 연구개발(R&D) 공장 증설, 충전 인프라 확충 등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은 자동차 시장은 크지만 내수 브랜드가 꽉 잡고 있어서 수입차가 고전하는 분위기다. 인도는 자동차 구매 여력이 높은 중산층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전기차 전환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성장 잠재력이 큰 3개 시장에 현지인 수장을 앉혀 새로운 공략법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것”이라며 “외국 기업 이미지를 벗고 현지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측면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